“한계 다다랐다” VS “애플은 애플이다”

애플 아이폰XS 모습. /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 아이폰XS 모습. /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도 애플 아이폰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애플 고가정책이 높은 수익의 비결로 꼽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지만 애플은 중저가 제품 없이 고가정책을 더 강화하며 배를 불렸다.

중국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시장에 대한 업계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애플의 고가‧고수익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팀쿡 애플 CEO가 계속 자리하는 애플이 아이폰을 벌어 남기는 고수익은 보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애플 고수익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는 시각도 공존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의 78%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4%, 화웨이는 4%에 그쳤다. 애플이 시장 이익 4/5를 챙겨간 것이다.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애플 고수익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전 세계에 스마트폰은 14억4000만대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애플은 2억900만대, 전체 시장의 14.5%에 불과하다. 가장 스마트폰을 많이 판매한 삼성전자가 2억9000만대, 3위인 화웨이가 2억70만대를 판매했다.

판매 대수 기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로, 애플과 비교하면 5.6%p가 더 많다. 하지만 수익으로 비교하면 애플이 64%p나 많다. 그만큼 애플이 많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다.

애플은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된 후 줄곧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다. 전 애플 직원은 “애플은 아이폰 판매 대수에 애초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어차피 수익이 1등이기 때문에 그 수익을 지키면 되지 판매 대수가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많이 판매하기 보다는 고품질로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중국폰 성장에도 중저가 모델 없이 아이폰 프리미엄 판매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가격을 더 높이는 전략을 택해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 신제품 출고가는 최대 200만원을 넘어섰다. 

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투자자본수익률을 먼저 살피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제품을 만든 다음에 가장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애플은 이동통신사와 계약을 할 때 다른 제조사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도 수익이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력이 있고 소프트웨어도 안전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팀쿡이 애플에서 활동하는 한 아이폰의 수익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이동통신사에 아이폰을 공급할 때도 타 스마트폰 제조사와 비교해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한다. 한때 ‘갑질논란’이 있기도 했다. 실제로 다른 제조사는 이통사와 계약을 할 때 팔리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 일부 회수를 받거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의 조항이 포함된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마케팅과 재고비용 일부를 떠안는 구조다.  

하지만 애플은 그런 계약을 하지 않는다. 애플은 이통사 시제품도 지점에서 직접 구입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유통 업계에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게다가 시제품은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다.

또한 애플은 자체 운영체제(OS)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제조사들이 구글에 지불하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반대로 애플의 이런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일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이폰은 충성도가 높은 제품이지만 이제는 한계에 온 것 같다”며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기대심리가 있었는데 애플 제품에서 혁신이 떨어지면서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초기에 아이폰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스마트폰을 장악했기에 소비자들은 고가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제품이 주는 혜택이 충분했기에 감수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있기 때문에 200만원이 넘어가면서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애플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아이패드 에어 3세대와 아이패드 미니 5세대 신제품을 이례적으로 조용히 공개한 점을 비추어 보면 애플도 자신감이 없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일부 애플 충성 고객도 외면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아이폰을 쓰다가 올해 처음 타사 제품을 구매한 민아무개씨는 “애플이 예전과 달리 별 다른 기능 향상 없이 가격만 올리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애플을 떠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폰만 고수하는 이들도 있다. 박아무개씨는 “애플 자체가 이미 혁신이기 때문에 기능 혁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애플의 이미지나 감성이 좋고 터치감도 좋기 때문에 다음 스마트폰도 아이폰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아무개씨 역시 “애플이 애플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계속 갖고 있는 이상 가격이 오르더라도 기본 매출은 유지할 것 같다”며 “안드로이드이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을 싫어하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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