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공적 아니고, 제출요건 위반 뒤늦게 확인” 해명…당사자는 불이익 없이 인사 담당자만 ‘징계성’ 발령

지난 9월 1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청사에 '해양경찰청' 간판이 설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해양경찰청 고위 간부가 ‘거짓 공적’을 이유로 서훈이 취소됐다. 해경과 당사자는 공적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제출요건 위반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해경은 공적심사위원회가 사전에 결격사유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또 해경 내부에는 이 사건 당사자인 고위 간부가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고, 인사 담당자만 징계성 발령을 받았다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11월13일자 대한민국 관보에 따르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해양수산부에 파견 근무 중인 A경무관에게 수여하라고 재가했던 홍조근정훈장을 취소했다.


‘해양경찰의 날 유공 정부포상 취소’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서훈 취소 사유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짐’이다. 상훈법은 제8조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훈장 등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시사저널e 취재결과, 해경은 지난 8월 20일 자체 공적심사위원회를 열어 A경무관 등 포상자를 결정해 추천했으며, 이 추천은 차관급 회의를 거쳐 9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대통령의 재가도 내려졌다.

그런데 A경무관은 국무회의 의결 하루만인 9월 5일 서훈 수령 부동의서를 제출한다. 서훈 수령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스스로 결격사유가 존재한 것을 알게 돼 부동의서를 제출한 것이라는 게 해경과 A경무관의 설명이다.


A경무관과 함께 추천돼 대통령 재가가 난 해경 직원들은 9월 7일 서훈 및 포장, 표창 등을 받았다. A경무관은 이날 명단에서 빠졌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이 서훈을 취소했는데 서훈 결정부터 취소까지 약 50일이 걸렸다. 행정안전부 상훈담당관실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발부된 서훈이 취소되려면 차관급 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 절차가 또다시 필요하고 이후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을 것이라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훈 추천이 제한되는 사유는 상당하다. ‘정부포상 업무지침’ 등에 따르면 공무원은 ▲수사 중이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징계절차가 진행되거나 징계처분이 요구 중인 경우 ▲징계 또는 불문경고 처분을 받은 경우 ▲재직 중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분을 받은 경우 등에 서훈 추천을 받을 수 없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해경과 A경무관은 거짓 공적은 없었고, 절차적 위반이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상훈법상 서훈 취소 사유는 ‘거짓 공적’ 한 가지만 존재하기 때문에 취소 사유가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짐’일 뿐이고, 사실은 제출요건 위반 등 절차적 위반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해경 대변인실 관계자는 “A경무관이 서훈 서류 제출 과정에 기한이나 조건을 어기는 등 제출요건을 위반한 내용이 있었다”면서 “A경무관이 정부포상 직전 수여 동의를 철회해 실제 서훈이 수여되지 않았고,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해경 공적심사위원회가 사전에 결격사유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위원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는 따로 확인해보겠다”라고 했다.

당사자인 A경무관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준수사항 같은 것을 잘못 봐서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 ‘거짓 공적’​이라고 돼 있는것은 상훈법상 절차적 위반도 포함된다”라며 “이미 지나간 일로 문제삼을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인사담당자는 ‘징계성’ 발령…당사자는 아무런 불이익 없어

해경과 A경무관은 사소한 절차적 위반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으나, 당시 본청 인사팀 직원인 B경위는 지난 10월 17일 한 지방 해양경찰청 소속 함정으로 징계성 발령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에 파견돼 근무를 계속 중인 A경무관이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해경 대변인실 관계자는 “B경위는 업무소홀 등을 이유로 인사조치가 이뤄졌다”면서 “더 나은 업무처리를 위해 다른 인사 담당자로 바뀐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A경무관에게 아무런 불이익이나 징계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서훈 취소와 관련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결과에 따라 파견 근무를 계속하게 될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지 등은 나중에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해경 내부 한 관계자는 “서훈을 신청한 당사자가 스스로 부동의서를 제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 같다”이라며 “해경의 공식 답변과 A경무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직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공적심사위원회 위원장이나 위원들이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고, 인사팀 직원 한명만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됐다”면서 “상훈 수여 직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데 A경무관이 국무회의 의결 바로 다음날 스스로 수령 부동의 의사를 밝힐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의문이 남는다”라고 했다.


한편 근정훈장은 직무상 공적이 뚜렷한 공무원에게 수여된다. 5개 등급으로 구분되며 홍조근정훈장은 이 중 3등급에 해당된다. A경무관이 받을 예정이었던 훈장은 올해 해경이 받는 훈장 및 포장, 표창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같은 등급의 훈장 수여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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