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으론 주 52시간 근무제 못맞춰"…"글로벌 시장 정보 반영 위해선 현행 유지" 반론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증권업계에서 증권 거래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증권 거래시간으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추기가 쉽지 않은 데다 거래 시간 증가로 얻는 실제적인 이익이 적다는 주장이다.

증권업계에서 ‘증권 거래시간 단축’이 화두가 되고 있다. 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올해 9월18일부터 10월 5일까지 증권업계 종사자 2588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정규 증권거래시간 원상회복을 원하는 응답자가 67.4%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6년 8월 증권 및 파생상품 매매 시간을 30분 연장했다. 이로 인해 정규 매매 시간은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에서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으로 늘었다.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와 맞물리는 거래 시간이 늘어나 국내 증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 거래량이 늘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되려 근무 시간만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8%가 증권거래 시간 연장 이후 시간외근무가 늘어난 것으로 답했다. 게다가 63.1%에 달하는 종사자들이 현재의 노동시간에 대해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측은 이러한 상황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주 52시간의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할 수 없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관계자는 “설문조사 응답자의 88.5%가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한다고 밝혔다.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이후라는 응답이 54.2%로 가장 많았다”며 “이는 결국 주 52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근무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거래 시간 연장 실효성이 낮다는 점도 거래 시간을 단축해야 할 근거로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1년(2017년 8월~2018년 7월)간 증권 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거래시간 연장 직전 1년(2015년 8월~2016년 7월)간의 거래량보다 11.3% 줄어들었다. 코스닥은 소폭 늘었지만 거래시간 증가로 인한 것으로 보기엔 미미한 수준이다”며 “거래량은 거래 시간보다는 국내 경제 펀더멘탈이나 글로벌 증시 상황 등과 연관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단순 거래량보다는 글로벌 시장 정보 반영, 거래 편의 제고 등을 고려하면 현행 시간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중국 증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 중첩 시간을 확대 하는 것은 정보 반영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근무 시간이나 거래량 관점에서만 재단하는 것은 좋은 접근법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에서 ‘증권 거래시간 단축’이 화두가 되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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