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440만 돌파…정유년은 ‘마블의 7월’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할리우드 마블(Marvel) 스튜디오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영화 시작 전 ‘마블’이란 로고가 뜨면 가슴이 설렌다는 얘기마저 꺼내는 지인도 있습니다. 그만큼 국내 관객들의 영화취향에도 마블이 확연한 상수로 새겨졌다는 얘기입니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마블팬’이 아닙니다. ‘취향의 공간’ 한 구석 정도에 마블이란 이름이 새겨진 정도지요. 요새 팬을 자처하려면 ‘N차 관람’ 열풍에 탑승해야 합니다. 다른 사례입니다만, CJ CGV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 작품 ‘아가씨’를 극장에서만 무려 111회나 관람한 관객이 있다고 하더군요.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입니다. 기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입니다만, 아직까지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그래도 마블 영화가 국내에 개봉하면 별 일이 없는 한 극장을 찾습니다.

몇 년 전부터 영화가에서는 매년 4월이 ‘마블의 계절’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최종관객 867만명)가 돌풍을 일으켰죠. 2015년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았습니다. 가히 폭풍이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충무로의 대표적 비수기로 꼽히는 4월 마지막 주에 개봉했습니다. 국내 영화가 최고의 성수기는 단연 방학 시즌이 낀 7~8월입니다. 4대 유력 투자배급사의 텐트폴(주력작)이 모두 이 시기에 출격하지요.

마블은 절묘하게 이 시기를 피해 4월을 택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해왔습니다. 다만 올해 4월은 양상이 사뭇 달랐습니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는 5월 2일에 개봉했습니다. 지난 2년간의 ‘흥행작’과 겨우 1주일 차이지만 일단 5월을 택했단 게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273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습니다.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MCU) 작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입니다. MCU는 마블에서 제작한 작품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세계를 이르는 말입니다. 캡틴 아메리카와 어벤져스도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있죠. 어찌됐든 올해는 이렇게 ‘마블의 계절’ 없이 끝나나 했습니다.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의 한 장면. / 사진=소니픽쳐스

이 와중에 7월 5일 개봉한 영화가 역시 MCU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3일까지 이 영화는 448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1주일 갓 넘길 동안 365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인 겁니다. 전 세계 56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벌써 3000억원을 넘었습니다.

다른 흥행작과 비교하면 향후 추세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국내서 400만 돌파 시점은 개봉 7일차였습니다. 올해 흥행스코어 1위인 ‘공조’(최종관객 781만명)보다 무려 6일이나 빠릅니다. 지난 주말 이틀 간 매출액 점유율은 83% 안팎에 달했습니다. 독주입니다. 벌써 N차 관람 양상도 보이고 있지요. 영화 흥행이란 게 워낙 가변적인 분야라 기자도 확신은 못하겠습니다만, 아마 800만 관객은 돌파할 것 같습니다.

물론 마블에게 시간이 무한정으로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7월 초를 택해 4대 배급사와의 전면전을 피하긴 했지만 ‘무주공산’이 계속 이어질 리가 없어서입니다. 4월과 7월은 다릅니다. 당장 이달 26일에 CJ E&M의 텐트폴 ‘군함도’가 출격합니다. 쇼박스 텐트폴 ‘택시운전사’는 그 1주일 뒤에 관객을 만납니다. 두 작품은 올해 영화가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양대산맥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어찌됐든 정유년은 ‘마블의 4월’이 아니라 ‘마블의 7월’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그러고 보니 사석에서 만난 한 배급업계 관계자 말이 떠오르네요. “배급이란 게 당연히 비즈니스 전략이기 때문에 많은 걸 고려해서 선택한다. 하지만 결국 관객 취향의 문제라 예상치 못한 일이 매년 터지는 곳이 바로 영화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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