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미세 조정 가능성도 대두…강남4구, 자취 감췄던 매물 다시 등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LTV, DTI 규제강화 여부가 질문으로 제기됐다. / 사진= 뉴스1

새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 규제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1400조원대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연관성에 입각해 여러 전문가들이 ‘규제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규제를 하더라도 어떻게, 어느 시기에 규제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각론도 거세게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과 거시경제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이다. 이에 세간에서 거론되는 규제 시나리오에 따른 주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건설투자를 비롯한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을 시리즈로 작성한다. <편집자주>

최근 들어 정부 당국에서 부동산 규제강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주된 주제로 거론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내정 직후 “두 개의 규제(LTV, DTI)를 푼 것이 지금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고 언급했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LTV, DTI 강화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온 바 있다. 이달 중 규제가 재차 강화될 수 있다는 언론보도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2014년부터 이어진 LTV, DTI 규제완화 기조는 내달 말로 종료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선 LTV, DTI 환원이 주된 관전포인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LTV는 50~60%에서 전국 동일하게 70%로,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DTI는 50%에서 60%로 상향됐다. 이를 통해 주택 구입 시 차주가 빌릴 수 있는 대출금액이 늘어났다.

LTV, DTI 비율이 과거로 돌아갈 시 수도권의 6억원 이상 고가주택 수요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규제강화 시 LTV, DTI 규제가 환원되는 비율이 타 지역 주택 보유자 대비 높기 때문이다. 2014년 이전 수도권 기준 6억원 초과, 만기 10년 이하 아파트 매물에는 LTV‧DTI가 모두 50% 비율이 적용됐다. 해당 주택은 특히 다른 수도권 매물과 달리 LTV 비율이 10%포인트(p) ​낮았다. 다만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규제완화로 해당 매물에 적용되는 LTV‧DTI 비율은 각각 70%, 60%로 상향됐다. 이로 인해 수도권 6억원 이상, 만기 10년 이하 주택은 LTV 적용 비율이 50%에서 70%로 20%포인트(p)나 증가했다. 사실상 해당 주택이 규제완화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셈이다. 내달 말 규제일몰 시 대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LTV‧DTI 이 비율은 모두 일괄적으로 50%가 적용된다. 해당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차주의 부담금이 타지역에 비해 급격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아무래도 고가주택일수록 LTV, DTI 비율환원 시 수요층이 받는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규제강화 시 (LTV, DTI) 환원비율이 높고, 주택가격 자체가 높은 만큼 (규제강화 시)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커진다. 이에 소득이 적은 젊은 층, 신혼부부, 고령층 등 실수요층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부동산 규제가 차등적용될 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LTV‧DTI 한도 상향 여부에 대해 “여러가지 검토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면밀히 들여다 보면서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부동산 투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상황이다. 내주부터 관계 부처들이 현장 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률적 LTV, DTI 환원이 아닌 정부가 지역별로 규제를 ‘미세조정’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LTV, DTI 비율을 지역별로 다르게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수도권에서도 가장 초미의 관심을 받는 강남4구(서울‧서초‧송파‧강남) 고가주택 수요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새 정부 들어 정비사업 지구를 중심으로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4구를 중심으로 LTV, DTI가 부분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투기과열지구 적용 시 DTI 비율이 40%까지 떨어진다. 타지역 아파트 대비 강남4구 주택 수요자가 받는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 열기가 뜨거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매수자들의 매물문의가 뜸해지고 있다. 강남4구가 11.3 대책에 이어 재차 규제대상에 적용된다고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매물을 거두던 일부 매도자들이 매매를 재차 문의하고 있다. 수요자 우위로 시장이 조금씩 이동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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