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계획 연기도 관계사 주가 디스카운트

롯데그룹이 자금조달 계획을 연기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귀국하며 조만간 검찰에 소환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14일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서 연말 상장의지를 내비쳤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사진=뉴스1

 

4일 서울중앙지검은 배임수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3일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이 롯데그룹 조사에 고삐를 죄면서 롯데그룹의 자금조달은 사실상 정지됐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던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다. 다시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장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포기한 수준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올해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전날 입국 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달 14일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서 연말 상장의지를 내비쳤던 것과는 상반된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롯데그룹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던 공모 자금은 5조원 규모다.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 외에도 롯데그룹은 계열사의 채권 발행도 멈춘 상태다.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공모 계획 연기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롯데물산과 롯데칠성 등은 자금조달 일정을 연기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는 약 2조2000억원 규모다.  올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약 1조35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일부 계열사는 보유중인 현금성 자산만으로는 차입금 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롯데그룹은 예상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며 "다만 재계 순위 5위 그룹이기 때문에 당장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검찰로부터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통로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사업 측면에서도 계열사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우선 롯데쇼핑은 중국 사업의 손실이 올해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해외사업에서 각각 영업손실 2457억원과 237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에서만 9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실적마저 손실을 기록한다면 그룹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1.23% 하락한 2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내 최저가인 19만8000원에 근접한 금액이다.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36배 수준이다.

 

롯데그룹의 효시인 제과와 유통 부문 전망도 밝지 않다. 업종 특성상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가 최근 국내 경기 침체로 소비 둔화세가 예상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전거래일 대비 1.77% 하락한 19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액면분할후 최저가는 18만7500원이다. 롯데칠성은 전거래일 대비 0.22% 오른 17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된 이후 하락 추세다. 52주내 최고가인 257만9000원과 비교하면 30.7%나 하락했다.

 

그룹 관계사 전망 부진에도 유통 가운데 편의점 사업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롯데그룹은 코리아세븐을 통해 국내 편의점 업계 3강을 형성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최근 주력제품 스프레드 반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검찰로부터 비자금 조성 통로라는 의혹을 받으며 주가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원료 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하반기 실적 전망만 보면 롯데케미칼은 저평가된 상태다. 그러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도 주가는 빠르게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전거래일 대비 3.15% 오른 2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올해 실적 전망을 적용한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7.3배 수준이다. 동일 업종 PE인 16.79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실적만 놓고 보면 롯데케미칼은 제품 판매가와 원료 구매가의 차이인 스프레드 반등으로 시황 개선이 예상된다"며 "주가수익비율(Forward PE)도 7배 수준이라 저평가 매력도 높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