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RPG 시장 판도마저 바꾼 게임…요금제·시스템 등 개편 필요

 

격전의 아제로스 사전 이벤트 '가시의 전쟁' 이미지. / 사진=블리자드
‘WOW는 접는게 아니라 쉬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에 대한 유저들의 애정을 잘 나타내 주는 표현이다.

블리자드는 14일 WOW의 일곱번째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를 출시한다. 이번 출시를 통해 WOW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CEO 겸 공동설립자는 “격전의 아제로스는 진영간 경쟁의식, 역사, 자부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모든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플레이어들에게 얼라이언스 혹은 호드의 일원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묻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확장팩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핵심인 진영 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새로운 콘텐츠와 기능들로 가득하며 오늘 출시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격전의 아제로스가 펼쳐짐에 따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플레이어들이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WOW는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역사에 있어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전문가들은 WOW를 온라인 RPG의 완성체라 부르기도 한다. WOW는 2004년 그 첫 선을 보인 이래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온라인게임의 정상을 지켜 왔다.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유저가 계정을 만들어 플레이 했으며, 지금도 수백만명의 유저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현재 WOW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게임 시장은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수많은 개발사들은 PC 온라인게임 대신 모바일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WOW의 개발사인 블리자드 역시 신작 온라인 RPG를 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WOW가 그간 국내 시장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WOW는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게임이다. 국내 RPG 시장은 WOW 출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WOW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RPG들은 단순한 반복 사냥을 통해 레벨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유저들은 지루함을 무릅쓰고 레벨업을 위해 소위 말하는 ‘노가다 사냥’을 반복했다.

그러나 WOW는 이를 지양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퀘스트 위주의 레벨업 방식을 유저들에게 제공했다. 유저들은 방대한 스토리라인 속 주인공이 돼 퀘스트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최고 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후 국산 RPG들도 WOW의 퀘스트 위주 레벨업 방식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WOW가 유저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한가지는 매 확장팩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WOW는 지난 2004년 오리지널 버전 출시 이후 2~3년 마다 새로운 확장팩을 유저들에게 선보였다. 지난 2016년 출시된 ‘군단’을 비롯해 총 6개의 확장팩이 출시됐다.

WOW는 사실 불친절한 게임이기도 하다. 메인 퀘스트를 공략하기 위해선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거나 이미 해당 퀘스트를 정복한 유저들의 공략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게임 속 어디에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유저들이 스스로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하는 비밀 퀘스트도 존재한다.

사실 이러한 불친절함 때문에 WOW에는 신규 유저 유입이 많지 않다.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대다수 유저들은 이미 WOW를 한번 접해 봤었던 유저들이다. 신규 유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WOW의 특성상 전체 유저 숫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WOW의 전 세계 유료이용자수는 2010년 12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5년 3분기에는 550만명으로 조사됐다. 이후 블리자드는 2015년 4분기부터 WOW의 유료이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확장팩은 새로운 동맹 종족이 나온다는 점에서 유저들이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온라인 RPG들이 부분유료화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액제인 WOW의 신규 유저 유입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정액제 방식이 유행했지만, 어느 순간 정액제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아이온’ 등 일부 국산 온라인게임 역시 최근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요금제를 변경하기도 했다.

이제는 WOW 역시 확장팩 뿐만 아니라, 요금제와 관련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자는 개인적으로 부분유료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사실상 정액제보다 과금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액제에서는 과금 여부에 따라 캐릭터간 격차가 크지 않지만, 부분유료화 요금제에서는 돈을 많이 쏟아부을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처럼 신규 유입이 계속 줄어든다면 WOW 역시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요금제, 불친절한 시스템 개편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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