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사라져 주가 일제히 하락…지주사 전환 결국 이뤄질 가능성 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보류소식에 그룹 건설계열 3사​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가 맥을 못추고 있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호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주회사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물산은 주가가 7%대 급락했다. 다만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이 장기적으로는 이뤄져 건설 3사에 호재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제48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시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인적분할을 통한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 발의, 총수 구속 등의 환경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이번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이상훈 사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서 “그룹 이슈와 관계없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기에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차질 없이 검토하고 예정대로 발표할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 주가상승에 외국 헤지펀드 자본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 시 경영권 방어 등에서 (삼성전자 측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결정에 그룹 건설 계열 3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지주사 전환을 통한 호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주가에서 가장 큰 손실을 봤다. 지주사 전환이 보류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사라진 결과다. 삼성물산은 전거래일 대비 1만원(7.27%) 하락한 12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대비 주가 하락폭이 컸다. 당초 삼성물산은 건설 계열사 중 지주회사 전환 시 가장 수혜를 받는 회사로 거론됐다. 지주사 전환 시 경영권 안정을 위해 총수 일가 및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합병 호재가 사라지면서 주가가 각각 전거래일 대비 1.24%, 1.15% 하락했다. 당초 지주사 전환 시 인적분할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의견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같은 건설 3사 주가하락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근거다. 최근 정치권에서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합병 기대감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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