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 창립자 “대만 제조업-한국 메모리 협력 생태계 필요”
소부장 강국 일본과의 협력도 중요···국가적 전략방안 고민해야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경기도와 대만 신주 잇는 반도체 고속도로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콜리황 디지타임즈 창립자 겸 회장은 10일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글로벌 AI 및 반도체 협력 전략 국회 특별 세미나에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디지타임즈는 황 회장이 모리스 창 TSMC 창립자를 비롯해 폭스콘, ASUS 등 대만 유수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투자를 기반으로 설립한 대만 IT 전문 매체다. 황 회장은 40년 경력의 ICT 산업 분석가로, 대만 테크계의 거물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 일본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반도체 협력 생태계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첨단 반도체 및 전자제품 제조 분야에 강점을 둔 TSMC, 폭스콘 등 대만 회사들과 협력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전략 수립이 중요하단 주장이다.
황 회장은 “지정학적인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산업으로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지속 가능한 경영이 될 것인지의 관점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갖추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 대만 회사들과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전략을 구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3가지 키워드는 AI, 반도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다. 1993년부터 2020년까진 브랜드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지만, 앞으론 어디서 생산하느냐, 무엇을 생산하느냐의 생태계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며, “브랜드보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업체나 ODM(제조업자 설계 생산)업체가 더 중요할 것이고, 전세계 두 번째로 큰 모바일과 자동차 시장이 있는 인도 지역의 중요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기도 반도체 지구와 대만 신주의 과학산업단지, 그리고 서울과 타이페이를 있는 고속도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올해 대만에 있어서 한국은 가장 큰 무역 적자국이다. 2018년 미·중 갈등을 기점으로 굉장히 많은 한국 전자기업들이 대만에 제품들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협력에 있어서 좋은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은 글로벌 파운드리 선두업체인 TSMC를 보유하고 있으며, 폭스콘, 콴타 등 현지 8개 기업이 글로벌 EMS(완제품 위탁조립생산) 시장 60%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의 최대 위탁 제조사이기도 하다. 이처럼 파운드리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집적회로(IC) 설계, 칩 테스트 등을 연결한 시장에서 대만 생태계는 전세계 45~50%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에 강점을 둔 한국이 대만과 AI 반도체에서 대립이 아닌 공존하는 형태로 전략을 바꾸고, 협력을 확대해나간다면 미국과 중국 중심의 반도체 패권 싸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미국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반도체를 독점 중이지만, 한국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여기에 공급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하고, 대만 TSMC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 중이다.
황 회장은 “대만은 기본적으로 원가구조가 굉장히 좋은 지역이기도 하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40% 정도 수익이 나와야 생존할 수 있지만, 대만은 20% 정도만 있어도 가능하다. 대만 산업단지를 가보면 인구 밀도가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텐데, 이로 인해 원가를 잘 뽑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또한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AI 컴퓨팅파워에선 GPU가 아닌, 메모리가 모든 것을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메모리가 제공하는 데이터, 메모리의 대역폭이 모든 걸 결정한다. 즉, 메모리 경쟁력을 가진 국가가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70%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으며, GPU와 메모리를 엮어서 생산하는 걸 대만 TSMC가 세계의 길목을 쥐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과 대만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과 같은 주문형 메모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칩과 연계해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한국과 대만이다. 두 나라는 현장에서 오랜 역사를 같이했고 친구의 나라다. 같이 번영할 수 있는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만과 더불어 일본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된다. 일본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강점을 둔 국가다. 최근 정부 주도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를 만들고 일본 반도체 산업 부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단독으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단 관측이 나온다.
황 회장은 “일본에 대해서는 사실 반도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생태계 조성이 안됐기 때문에 성공한다 해도 전세계 1% 정도의 점유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본은 소부장에 강점이 있으니 이를 육성해서 특정 분야 반도체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고 추천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굉장히 미약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데이터크런치 대표이사(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중국에서 희토류를 생산하고 일본에서 소부장을 만들고 네덜란드에서 노광장비를 생산하며 우리나라와 대만이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고 그 최종 수요처는 미국”이라며, “이처럼 AI 반도체 수요처는 미국과 UAE, 사우디 등으로 확실히 정해져 있으며, 공급하는 곳은 한국과 대만, 일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 잘하는 영역을 어떻게 합쳐서 AI 데이터센터에 반도체를 공급할 것인지 국가 전략을 가지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는 세 국가 간의 협력에 대해서 정부나 산업 차원에서의 시각이 없으며, 학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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