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엔비디아 대항마’로 UA링크 개방형 표준 가속
한국은 참여 기업 저조···NPU 회사들 참여 확대해야
정부 주도로 개방형 표준 참여해 IP 확보 및 칩 설계 필요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 신경계처리장치(NPU)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도 글로벌 개방형 표준 기술에 참여해야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단 의견이 나왔다.
엔비디아가 독점 중인 GPU 고속 연결시스템 ‘NV링크(NVLink)’에 대항해 다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협력해서 만든 ‘UA링크(UALink)’를 채택하고, 이를 지원하는 칩을 만드는 것이 시장을 키우는 데 유리하단 주장이다.
이중연 케이티엔에프(KTNF) 대표는 12일 서울 삼성동에서 개최한 인공지능반도체포럼 조찬강연회에서 “지금까지 AI 클러스터는 엔비디아의 NV링크와 같은 특정 공급사의 전용 인터커넥트에 의존해 왔지만 UA링크는 이런 독점 구조를 깨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고속 연결 기술을 목표로 한다”며, “엔비디아의 NV링크와 정면으로 경쟁하며 AI 인프라의 개방화와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로, 우리 NPU 회사들 역시 UA링크를 지원하는 것이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자체 개발한 NV링크는 서버 내 여러 GPU 간 데이터 이동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AI 연산 성능을 향상시킨 고속 데이터 연결 기술로, 현재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게 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엔 5세대 인터커넥트 기술인 ‘NVL72’도 개발했다. 블랙웰 GPU 72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AI 슈퍼컴퓨팅 플랫폼으로, 단일 로드 수준에서 초당 1TB(테라바이트)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기존 서버 간 네트워크 병목을 완전히 제거했단 평가다. AI 모델 학습을 마치 하나의 거대 GPU처럼 수행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NVL72를 자사의 최신 블랙웰 기반 AI 가속기인 GB200과 GB300 등에 탑재했으며, 내년 루빈 시리즈에도 이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UA링크는 엔비디아의 NV링크에 대항하고자 AMD, 인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만든 오픈 표준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엔비디아와 달리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된 기술 표준을 목표로 한단 점이 특징으로, 마찬가지 GPU 등 AI 가속기 간 통신에서 높은 속도와 대역폭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AMD는 내년 출시 예정인 MI400 AI 가속기 신제품에 처음으로 UA링크를 지원한단 방침이다. 국내에선 데이터처리장치(DPU)를 만드는 팹리스 스타트업 망고부스트 정도가 UA링크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버용 NPU 전문기업 리벨리온이 관련 컨소시엄 가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오늘날 AI와 반도체 산업은 거대 기업 중심의 독점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혁신은 폐쇄된 울타리 안에서 자라지 않는다. 오픈 표준 생태계는 기업 간 기술 호환성을 높이고 스타트업, 학계,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든다”며, “이를 통해 기술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산업 전반의 협력을 촉진하며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AI 반도체 통신 분야에서 개방형 인터페이스와 표준화된 아키텍처는 지속 가능한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가 운영 중인 KTNF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국산 서버를 개발하고 만드는 25년차 서버 제조사로, x86 기반 서버를 부품부터 펌웨어, 조립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 출연 연구소와 국책연구소가 나서 글로벌 오픈 표준에 참여해 설계자산(IP)을 확보하고 칩 설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 10년 앞을 내다보고 패브릭(데이터센터 통합 연결시스템) 기술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서버 랙에서 랙,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센터로 가는 연결은 아주 낮은 레이턴시(지연 시간)의 고속 패브릭이 필요한데 그 기술이 지금 글로벌 표준으로 가고 있다”며, “물론 IP를 확보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한국에 있는 연구소가 여기에 참여해서 직접 표준을 만들고 IP를 확보해서 칩을 설계하면 시장에서의 효과는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패브릭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다음 시장을 확대하는 건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