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팹리스 역량 확대···온디바이스 AI 칩 준비 잘해
수요기업과 팹리스 간 연계한 맞춤형 AI 칩 개발 중요
세트업체들의 향후 필요한 칩 성능·기능 예측 잘돼야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총괄위원장)가 6일 가천대에서 개최한 AIoT용 핵심 시스템반도체 기술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총괄위원장)가 6일 가천대에서 개최한 AIoT용 핵심 시스템반도체 기술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중국이 시스템반도체 굴기를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위협하는 가운데, 한국도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겨냥한 자체 칩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위상이 가파르게 올라오는 추세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2000년 설립해 15년 만에 28나노 공정을 개시했고, 작년엔 7나노 선단공정까지 완성해 주요 칩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분야에선 중국 팹리스 업체만 지난해 기준 3600개에 달한다. 한국은 130여개 수준이다. 글로벌 팹리스 시장 점유율에서도 중국은 15%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아직 1%대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물론 서버용 AI 반도체까지 개발해 주요 기업에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의 엔비디아라고 불리는 캠브리콘은 AI 가속기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호라이즌 로보틱스라는 기업은 자율주행 전용 칩을 개발해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단 평가다.

이처럼 중국 팹리스 기업들의 높은 성장세는 큰 규모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선전 중인 완제품 회사들의 영향력이 크게 기여하고 있단 분석이다. 화웨이는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자체 AP를 채용하고, 이를 SMIC 7나노 공정으로 제작해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인 자율주행과 로봇에서도 중국 세트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선 BYD가, 로봇에선 유비테크,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며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수요 기업인 세트업체들의 맞춤형 칩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세트업체들의 향후 몇 년 후를 내다본 반도체 성능과 기능에 대한 예측이 중요하단 분석이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총괄위원장)는 6일 가천대에서 개최한 AIoT용 핵심 시스템반도체 기술 워크숍에서 “향후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경쟁력을 위해 제조업 관점에서 보면, 결국은 세트 기업이 리드해야 한다고 본다”며, “내가 필요로 하는 칩, 그 칩이 어떤 성능을 가져야 하는지 앞으로 3년, 5년 7년 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예측한 바를 팹리스에 잘 전달해서 같이 개발하고, 실제 그 칩이 세트에 들어가서 상용화까지 이어져 양산될 수 있도록 한다”며, “결국 세트 제품을 하는 회사들이 고민을 많이 해서 예측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KAIST가 2015년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1등을 차지하며 로봇 기술이 가장 정정에 올라왔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만 해도 중국은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지금은 중국이 급성장해서 휴머노이드 로봇에선 미국과 맞먹고, 상용화에선 앞섰단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건 바로 온디바이스 AI 준비를 누가 먼저 했느냐에 따른 것으로, 우리도 자체 칩 개발에 대한 노력을 이어왔으면 중국을 누르고 지금 1등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자체적으로 온디바이스 AI 칩 개발해야 한다다. 세트업체 입장에선 제품만 잘 만들면 2, 3등밖에 하지 못한다. 회사를 1등으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반드시 스스로 만든 칩을 넣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하므로, 내가 만든 자체 칩을 개발해서 차별화된 새로운 기능과 성능을 제공할 수가 있다면 그 자체로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체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것 또한 온디바이스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으로 지목된다. 화웨이의 경우 자사 플래그십폰에 하이실리콘 칩을 채용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해서 활용하고 있다. 칩부터 소프트웨어, 부품까지 완결 형태로 구축한 셈이다.

김 교수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는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도 굉장히 어렵지만, 준비를 잘해야 한다. 온디바이스 AI는 칩만 놓고 보면 20~30% 비중으로, 그리 크지 않으며, 이를 둘러싼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다”며, “AI 모델이 있다면, 그 모델을 옵티마이즈(최적화)하고, 컴파일러(소스 코드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로 번역하는 작업)하는 등 칩을 제어해주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개발이 굉장히 중요하며, 이런 것들에 대한 준비가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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