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VAC 솔루션 글로벌 주요 데이터센터 진입 속도
CDU 등 수냉식 강점···하이퍼스케일급 맞춤형 개발
애플 아이폰 완제품 생산에 스마트팩토리 첫 공급
인텔과도 지속 협업 논의···외연 확장 지속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 사진=LG전자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 사진=LG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LG전자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접점을 넓히며 체질 전환에 성과를 내고 있다.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선 급성장 중인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해 글로벌 주요 사업자들과 협업 관계를 늘리며 매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사실상 마련했단 평가다.

그룹 내부 관계사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했던 스마트팩토리 사업에서도 마침내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외형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S 이어 AWS, 엔비디아까지···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3배 성장 목표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데이터센터용 냉각솔루션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아마존웹서비스(AWS)와도 공급 협력을 확대 논의하고 있다. AWS와의 파트너십도 확정될 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점유율 ‘투톱’을 모두 주력 고객으로 확보하게 된다.

전세계 주요 AI 데이터센터에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AI 반도체를 공급 중인 엔비디아와도 주력 냉각 솔루션에 대한 인증 과정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올해 AI 데이터센터용 냉각솔루션 수주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대한단 목표다.

LG전자의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은 공랭식과 수냉식 시스템 모두를 포트폴리오로 확보하고 있단 점에서 강점을 나타낸다. 특히, 냉각 효율과 비용 절감 등을 장점으로 한 수냉식 냉각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하면서 LG전자 또한 이 부분에 대한 역량에 집중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수주를 공략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GPU 시장이 이렇게 클지 몰랐고 GPU의 전력 소비가 이렇게 높을지 몰랐을 것이다. 과거 공랭식으로도 모두 감당할 수 있었던 GPU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최대한 작은 공간에 같은 전력을 쓰고도 컴퓨팅파워를 늘려야 되다 보니까 수냉식을 도입해야 된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진 상황”이라며, “작년부터 수냉식에 대한 부분들이 화두가 되면서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관련 인프라를 설계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짓는 데이터센터에는 계속 수냉식에 대한 요청사항들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대표적인 수냉식 냉각솔루션으론 냉각수 분배장치(CDU)와 콜드 플레이트 등이 있다.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 장치 또한 차가운 액상을 이용한 수냉식 모델을 라인업으로 보유하고 있다.

LG전자의 데이터센터용 냉각수 분배장치(CDU) / 사진=LG전자
LG전자의 데이터센터용 냉각수 분배장치(CDU) / 사진=LG전자

LG전자가 가장 먼저 확보한 빅테크 고객사는 MS다. MS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AI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인데, LG전자는 여기에 칠러와 CDU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CDU는 수냉식 냉각 시스템에서 차가운 물이 들어오면 유량을 정밀하게 조절해 서버렉으로 보내는 중간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기존 전력량 650킬로와트(kW) 수준의 냉각능력을 지닌 모델에서 MS 등 빅테크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현재 1.4메가와트(MW), 2.5MW 수준의 CDU 제품개발에 착수했으며, 내년까지 완성한단 계획이다. 2.5MW급 규모는 한달 전력 소비량이 약 350~400kWh에 달하는 일반 가정 5000세대가량이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AWS와 HVAC 공급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에서 한국을 방문한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를 단독으로 만나 데이터센터용 냉각솔루션 공급 협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올 4분기 실적 저점을 통과 중이며, 사업 구조 효율화와 함께 AI 신사업 모멘텀이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MS, 엔비디아, AWS 등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용 냉각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통해 신규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 AI 사업 모멘텀에 따른 중장기 성장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생산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공급···인텔 반도체 공장과도 논의 지속

스마트팩토리 사업에서도 내수 중심의 시험 과정을 모두 마치고 본격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사업은 LG 생산기술원에서 담당한다. 인도 경제매체 이코노믹타임스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최근 LG 생산기술원은 애플의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 타타 일렉트로닉스, 페가트론이 운영하는 인도 공장에 아이폰17 제조 공정용 자동화 장비를 공급했다.

그간 그룹 계열사인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이 아이폰용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모듈 등 부품을 공급해왔지만, LG전자가 애플 아이폰 완제품 생산에 제조 장비를 직접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 또한 미·중 무역갈등 여파에 따라 기존 주력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고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인도 시장 공략을 확대 중인 LG전자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이 개발한 자율주행 수직다관절로봇(MM)이 반도체 웨이퍼를 공급하는 공정을 수행하는 모습 / 사진=LG전자
LG전자 생산기술원이 개발한 자율주행 수직다관절로봇(MM)이 반도체 웨이퍼를 공급하는 공정을 수행하는 모습 / 사진=LG전자

인텔과도 스마트팩토리 협업을 지속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송시용 LG전자 스마트팩토리사업담당을 비롯한 사업부 임원들이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인텔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도입을 제시한 이후, 최근 경주 APEC 행사에서도 조 사장이 직접 인텔 고위 경영진과 만나 관련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전날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스마트팩토리의 진정한 강점은 자동화나 IT 통합뿐만 아니라 계획 및 운영부터 유지보수까지 전체 제조 라이프사이클을 원활하게 연결하고 최적화하는 데 있으며, LG전자는 차별화된 엔드 투 엔드 접근 방식을 제공한다”며, “앞으로도 LG전자는 제조 및 물류 전반에 첨단 AI를 도입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탄탄한 스마트팩토리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90억 달러 수준에서 연평균 9.1% 성장률로 2032년엔 314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팩토리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내부가 아닌 외부 거래선을 통해서만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사업을 조단위 규모의 매출로 육성하겠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회사에서 예상하는 올해 스마트팩토리 사업 수주액은 5000억원가량으로, 연말까지 누적 수주 1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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