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SK하이닉스가 HBM·eSSD 등 메모리 시장 약진
내년엔 삼성도 HBM 판매↑···DDR5·GDDR7 등 고부가 제품도
양사, 낸드 선단공정 전환 가속···초고용량 eSSD 경쟁 심화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서버향 제품 중심으로 내년까지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메모리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18년 초호황기마저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 중심으로 메모리 시장 점유율에서 크게 약진했단 평가다. 내년에도 서버용 메모리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DDR5 등 고용량·고성능 D램은 물론, 낸드에서도 초고용량 제품 생산을 위한 선단공정 전환을 가속화한단 방침이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 하반기를 넘어 내년에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올 4분기 D램 제조사들의 서버용 RDIMM은 전분기 대비 계약가격이 7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추가 가격 상승과 공급 제약에 대한 우려로 고객사들의 구매 수요가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낸드에서도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 4분기 eSSD 가격은 전분기 대비 20~30% 상승이 예측되며, 트리플레벨셀(TLC)과 쿼드레벨셀(QLC) 웨이퍼 가격이 캐파(생산량) 제한에 따라 전분기 대비 65~7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업용 스토리지 사양은 기존 128TB 수준에서 256TB QLC SSD로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서버용 eSSD의 저장 용량에 대한 수요는 전년 대비 최대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까진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전 응용처에서 고르게 이뤄졌다면, 내년부턴 소비자향 전자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세트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서버용 메모리의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기존 최고치를 돌파할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와 하이퍼스케일 고객 추세를 고려할 때, 서버용 D램은 평균판매단가(ASP)가 정점을 찍었던 2018년 1분기 대비 아직 더 상승할 여지가 있고, 당시 고점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PC, 가전제품, 그리고 일반 스마트폰은 이러한 메모리 가격 상승을 흡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내년 서버용 D램에서 HBM 판매량을 대폭 확대하며 수익성 제고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시장의 주류를 이뤘던 HBM3E(5세대)에선 엔비디아로의 공급이 경쟁사 대비 다소 늦어졌지만,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 연말 또는 내년초부터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4(6세대)에선 이미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거래선 일정에 맞춰 양산공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HBM 외에도 고용량 DDR5와 저전력 LPDDR5X, GDDR7 그래픽 D램 등을 AI 서버향 고부가 라인업으로 구성하고 내년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칩 기능별로 각기 다른 형태의 메모리를 채택할 계획으로, 루빈 GPU엔 HBM4가 지원되며 베라 중앙처리장치(CPU)엔 LPDDR5X 기반의 SOCAMM2가, 루빈 CPX엔 GDDR7이 탑재될 예정이다.

낸드에서도 삼성전자는 V8(236단)과 V9(286단)으로 선단공정 전환에 나서는 동시에 AI 추론 서버향으로 16TB 이상 고성능 TLC SSD 판매를 확대한다. 4분기부턴 데이터센터향 초고용량 제품인 QLC SSD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낸드는 니어라인 HDD 공급 부족에 따른 SSD 대체 채용 영향으로 업계 재고 수준이 급격하게 축소돼 공급 제약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낸드도 AI향 수요 강세와 연계해 서버 SSD와 고용량 QLC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V8과 V9로 전환을 지속해 선단 공정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HBM4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HBM4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추세에 대비해 내년 신규 캐파를 HBM 중심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말엔 국내 생산 일반 D램 캐파의 절반 이상을 최선단 공정인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으로 전환을 완료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DDR5, LPDDR, GDDR 전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단 계획이다.

낸드에선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캐파 확장 보단 선단 공정 전환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되, TLC와 QLC 제품으로 공급을 확대하면서 321단 제품 생산량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내년말 회사 전체 낸드 생산량 절반 이상을 321단으로 전환한단 목표를 내세웠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는 AI 추론 수요 확대로 내년까지 범용 D램과 낸드의 사이클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HBM 시장 리더십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픈AI 등 대형 AI 인프라 수주 가능성도 올라갔다”며, “메모리 전체 유효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HBM 리더십이 더 유지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경쟁사 증설과 메모리 가격경쟁 심화로 HBM 수익이 하락하고 D램 가격이 빠르게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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