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코스피 2.85%↓···美 ‘AI 버블’ 논란·외인 차익 실현 영향
전문가들 “기업 실적·업황 양호, 한 달간 약세 전망”
내달 美 금리 결정·韓 정부펀드 투자 등 이벤트 주목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5일 오전 개장 직후 급락해 매도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까지 발동됐지만, 2조5000억원이 넘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로 낙폭을 일부 줄였다. 

시장 일각에선 일시적 조정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투자자마다 엇갈린 매매 행보를 보인 가운데 코스피에 추가 상승 동력이 발생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5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4121.74p) 대비 117.32p(-2.85%) 하락한 4004.42로 장마감했다.

지난달 5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 간 코스피 시세(꺾은 선 그래프) 및 거래량(막대 그래프) 추이를 나타낸 도표. / 자료=한국거래소
지난달 5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 간 코스피 시세(꺾은 선 그래프) 및 거래량(막대 그래프) 추이를 나타낸 도표. / 자료=한국거래소

이날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 4000을 돌파한 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장중 3867.81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 36분 한국거래소가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5% 이상 하락함에 따라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시키기도 했다.

매도 사이드카는 주로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대량의 주식을 자동 매매하도록 설정한 주가(프로그램 매도 호가)를 일시 효력 정지시키는 수단이다. 코스피에선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할 때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다.

사이드카는 선물 시장의 급등락 추세가 현물 시장에 영향 끼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선물은 코스피, 코스닥 같은 지수나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생선물을 지칭하고 현물은 즉시 거래하는 주식, 외환, 원자재를 의미한다.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정부의 주가 부양책, 반도체 등 주도주의 상승세에 힘입어 4000을 돌파한 후 7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4000을 상회했다. 전날엔 장중 신고가 4226.75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 등 코스피 내 거래량 상위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감소하는 등 매도가 이어져 코스피 전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종목별 종가는 삼성전자 10만600원, SK하이닉스 57만9000원, 두산에너빌리티 8만36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각각 4300원, 7000원, 5900원 하락했다.

5일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3893.80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5일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3893.80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美 유명 투자자, 팔란티어 공매도 시사···‘AI 버블’ 논란 확산

전날 미국 증시(나스닥)에서 최근 급상승한 인공지능(AI) 분야 종목들이 과대 평가받았단 논란이 제기된 후 코스피까지 여파가 전해졌단 목소리가 나온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 2만3348.64로 장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486.09(2.04%) 하락한 수치다.

AI 테마주로 꼽히는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가 지난 3분기 호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주가가 오히려 급락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다. 이날 팔란티어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44달러(7.94%) 하락한 190.74달러(약 27만5890원)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150% 넘게 상승한 팔란티어의 급상승세에 부담을 느낀 가운데 실적 발표 직후 앞다퉈 매도한 결과란 분석이다. 현지에 잘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을 걸었단 사실이 알려진 후 공매도를 시사한 것으로 이해한 시장이 들썩였단 관측도 나온다.

풋옵션은 주식 등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해진 시점이나 가격에 매도할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해당 자산의 가격 하락을 전망할 때 활용하는 수단이다. 이를 두고 ‘AI 버블’ 논란이 발생했고 팔란티어뿐 아니라 엔비디아와 테슬라, AMD 등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 대형 기술주들과 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거나 경쟁 중인 국내 주도주들이 이날 코스피 개장 후 주가 하방 압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배포한 시황분석 보고서에 “미국발 AI 버블 우려를 반영하며 대형주에서 일제히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했다”고 기재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 2.5조원씩 개인은 순매수, 기관·외인은 순매도

시장 일각에선 코스피가 지난 일주일간 급등한 후 단기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데 이어 이례적인 상승세를 이어간 후 고점 경신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하다 추세 전환됐단 분석이다.

투자자들도 서로 엇갈린 매매 행보를 보이며 코스피 흐름에 대한 관점 차이를 보였다. 이날 개인이 2조5622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987억원, 2조4041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27일 개인 2045억원, 기관 3632억원씩 순매도하고 외국인(국내 6개월 이상 거주자 제외)이 6300억원 순매수한 것과 대조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중장기 조정 국면으로의 진입은 아닐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이 양호하고 지난달 반도체 수출, 메모리 반도체 단가 상승 등 추세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의 견조한 이익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지수가 4000을 사상 첫 돌파한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1층 로비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4042.83)가 표시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코스피 지수가 4000을 사상 첫 돌파한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1층 로비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4042.83)가 표시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 증권사들 “중장기 조정 국면 아닐 듯, 강세장 준비해야”

과거 코스피 흐름 변화가 나타났던 사례로 미뤄보면, 이날 이후 한 달여 정도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KB증권은 지난 1998년, 2009년, 2020년 등 세 차례 강세장이 이어질 당시 평균적으로 200일이 된 시점에 조정이 이뤄졌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흐름에 과거 사례를 접목할 때, 내달 중순까지 조정 국면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 이후 증시 흐름을 반전시킬 재료가 내달 마련돼 있단 관측이다. KB증권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조정 여부 결정, 한국 정부 국민성장펀드 투자 계획,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입 로드맵 등을 주가 변곡점으로 지목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경험칙으로 본다면 조정은 12월 중순 정도까지 지속될 수 있다”며 “이달은 줄곧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내달 초순, 중순부터 다시 강세장 재개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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