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실적 통해 기업 '옥석 가리기' 필요
실적 나빠도 주가 상승한 기업 '급락' 가능성 생각해야
빚투하다 하락장 만나면 청산대상 될 수 있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주식시장이 꺾이지 않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9일 종가 2293.7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대략 6개월이 지난 이달 27일 사상 처음 4000을 돌파하며 75%정도 상승했다. 코스피 5000이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코스닥도 900선 언저리에 머물며 1000포인트 돌파의 기대감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상장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매출 및 영업이익 등 재무실적을 통해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급격한 주가상승을 보이던 2차전지 관련 주 가운데 28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SDI은 실적이 부진했다. 3분기 영업손실이 5913억원으로 3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이란 시장전망치를 크게 하회한 것이다.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실적발표 날 주가는 상승했다. 주가가 바닥을 다진 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29일 발표한 SK하이닉스는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1% 증가한 24조4489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61.9% 늘어난 11조3384억원, 순이익은 12조5975억원을 거둬 '10조클럽'에 진입했다
30일에 발표한 삼성전자 역시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617억원, 영업이익 12조1661억원으로 지난 14일 발표한 잠정 실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DS부문)은 제품 가격 상승과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이 감소하며 큰 폭으로 개선돼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또한 HBM3E 판매 확대와 DDR5, 서버용 SSD 수요 강세에 힘입어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인 26조7000억원을 찍었다.
주가가 오르는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주가 상승 현상은 해당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인해 재무구조 건전성이 개선되고 이것이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다.
반대로 좋지 않은 실적이 발표됐을 때도 주가는 오를 수 있다. 이제 주가가 충분히 바닥을 다졌다고 보고 향후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있을 때 그렇다. 하지만 단순한 기대감으로 유지됐던 주가는 한 순간에 하락할 수 있단 점도 기억해야 한다.
예금, 적금 등 저축시장을 넘어 본격적으로 투자의 세상으로 들어가면 더이상 원금 보장을 기대할 수 없다.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단 가정 아래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 양방향의 수익과 손실을 동시에 확인하여야 한다.
지정학적, 외교적 요인도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환율 리스크가 존재한다. 동시에 한미 투자협정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단 점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일 투자협정과 달리 한미 양국은 협정에 대한 세부내용 조율 후 통일된 결과를 담은 양해각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이번 APEC 정상회담 때 많은 부분이 결정된 것으로 발표되고, 문서나 공동성명을 통해 협상이 최종 확정되길 바란다.
최근 주식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곳곳에 위험요소들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4조4220억으로 약 4년 만에 24조원을 넘어섰다. 소위 ‘빚투’라 불리는 신용거래융자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급격한 하락장이 발생하면 반대매매에 의해 청산대상이 될 수 있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주가가 오르고 기업가치가 견고해지는 현상은 국가 경제 뿐만 아니라 각 개인에게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개별 투자자들은 전문가들의 컨센서스에만 의존하지 말고 투자기업의 실질적인 펀더멘탈 확인을 통한 내제가치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대내외 변수 등에 대비해 나의 자산을 지킬 수 있다
투자의 결과로 이어지는 모든 수익과 손실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