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글로벌 3위권으로 도약···토요타·폭스바겐과 어깨 나란히
SUV·제네시스·친환경차 등 고수익 차종 확대에 3년 연속 실적 경신
내연기관 후발주자에서 전기차 선두주자로···HEV 라인업도 확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늘(14일) 취임 5주년을 맞았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혼란했던 시기, 그룹 수장을 맡아 회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며 토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글로벌 3강’ 체제를 확고히 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판매량을 선두권으로 올려놓은 것은 물론 체질 개선을 통한 실적 향상과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등 미래 자동차 시장 장악력 확대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 위상을 높였다.

◇ V자 반등 이어 신기록 행진

정의선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한 건 수석 부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8년 9월 정 회장은 그룹 수석 부회장에 취임 한 후 바로 다음해인 2019년부터 ‘V자 반등’을 이뤄냈다.

정 회장은 당시 글로벌 권역본부를 강화하며 현지 시장에 맞춰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체질 개선에 나섰다.

특히 정 회장은 미국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기아 텔루라이드를 북미 시장에서 성공시키며 현지 장악력을 높였다. 이와 함께 당시 팰리세이드, 셀토스, 베뉴 등 SUV 완전 신차를 연이어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대해 전세계적으로 수요층을 넓혔다.

이후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도 성공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제 값받기’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솟았다.

정 회장 취임 전 현대차그룹은 ‘가격만 싼’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으나, 현재는 ‘가성비’가 뛰어난 대중 브랜드로 당당히 이름값을 올렸다.

SUV와 제네시스 성공은 단순 판매량 뿐 아니라 실적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수익 신차들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9년 글로벌 판매 5위였던 현대차·기아는 작년엔 총 723만대를 판매하며,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차·기아 합산 매출액은 2019년 163조 8924억원에서 282조68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5조6152억원에서 26조9067억원으로 5년 새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22년부터는 매해 최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이같은 실적 개선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SUV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확대 덕이 컸다.

지난 5년간 현대차와 기아가 해외에서 판매한 RV(레저용차량) 평균 가격은 각각 114%(3459만→7387만원), 58%(4045만→6383만원) 상승했다.

제네시스는 판매량은 지난 2019년 7만7135대에서 2024년엔 22만9532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반기 기준 영업이익 2위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 등 주요 경쟁사를 크게 웃돌았다.

◇ 친환경차 전환 선도…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 ‘3각 편대’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 중심의 사업 구조를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기관 시절에는 후발주자로 출발해 다른 완성차 기업 대비 뒤처졌으나, 전동화 시대에 발빠르게 체제를 전환하며 글로벌 선두주자로 달려나가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와 EV6 등 전용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였고, 하이브리드 모델도 인기 차종에 대부분 적용하며 존재감을 강화했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PHEV포함) 인도량 7위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어 사실상 3위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전기차 기술력을 한단계 높였다.

아이오닉5. / 사진=박성수 기자
아이오닉5. / 사진=박성수 기자

자체 플랫폼 생산 덕분에 기존 내연기관 파생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충전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그 결과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9 등 전기차는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2022년부터 4년 연속 선정되는 것은 물론, 유럽, 북미, 영국 등 주요 지역 ‘올해의 차’를 석권했다.

전용 전기차 공장 ‘광명 EVO 플랜트’, 미국 ‘HMGMA(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 글로벌 생산거점을 확충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차세대 플랫폼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주요 공장들은 혼류 생산시스템을 가동해 하이브리드 생산을 확대하는 등 유연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해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대응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넥쏘 등으로 세계 시장 1위를 유지 중이며,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 출시한 ‘디 올 뉴 넥쏘’는 1회 충전 주행거리 720km로 동급 최고 수준 성능을 확보했다. 상용차 부문에서도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와 수소버스 ‘유니버스’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는 2019년 37만대에서 지난해 141만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 비중도 같은 기간 5%에서 19%로 뛰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친환경차 563만대, 하이브리드 모델 28종 확대 등을 목표로 한다. 또한 HMGMA는 현재 30만대 수준인 생산 능력을 50만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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