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해외 출장 가능성···APEC서 글로벌 빅테크 회동 전망
최태원, 인사·APEC 이중 과제···정의선·구광모는 전략 점검
연휴 끝나면 인사·조직개편 돌입···내년 사업 청사진 압축 구상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재계 총수들의 달력에는 ‘연휴’가 없다. 최장 열흘간 이어지는 이번 추석에도 대부분의 그룹 수장들은 경영 현안을 챙기고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앞두고 글로벌 네트워크 관리에 몰두한다.
◇ 해외 출장·APEC 준비에 분주한 총수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연휴에도 해외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명절 전후 글로벌 생산 거점을 찾는 전례를 이어왔다. 지난해 추석에는 프랑스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한 뒤 폴란드 공장을 점검했다. 지난 2023년에는 중동 3개국을, 2022년에는 멕시코와 파나마를 방문하며 ‘현장 경영’을 이어갔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와 함께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시기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미국이나 신흥국 고객사를 찾아 메모리 반등 국면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본다. 이달 말 열리는 APEC CEO 서밋에서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과 회동해 AI·반도체 협력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연휴 내내 ‘인사 구상’과 ‘APEC 준비’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SK㈜ 대표 교체가 예고된 가운데 계열사 리밸런싱과 신성장동력 육성 전략을 직접 그릴 것으로 보인다. SK는 이달 말 이후 CEO 세미나와 사장단 인사를 거쳐 내년도 사업 방향을 확정한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도 바쁘다. 한국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핵심 부대행사인 CEO 서밋을 총괄한다. SK가 주관하는 ‘퓨처테크포럼 AI’에서는 반도체·에너지·서비스 영역에서 아태 협력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공개 일정 없이 연휴 기간 경영 전략을 점검한다. 당면 과제는 미국발 통상 리스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 고율 관세를 유지하면서 현대차·기아는 2분기에만 1조6000억원가량 손실을 입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 축소, 비자 문제 등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한남동 자택에서 연휴를 보내며 ‘AI 전환(AX)’ 전략 실행 방안을 점검한다.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인력을 3~4배 투입하고 있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AI·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 투자를 중심으로 내년 전략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APEC에서도 AI 규범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져 관련 대응책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 3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현안을 챙긴다. 한화는 APEC에서 ‘한화 퓨처테크 포럼’을 준비 중이다. 김 부회장이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할 가능성도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추석 연휴 해외 현장 점검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으로서 ‘경주 선언’ 도출을 목표로 정책 건의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코오롱 이규호 부회장 역시 ABAC 바이오헬스케어워킹그룹 의장으로 활동하며 디지털 헬스·AI 헬스케어 논의를 준비한다.
◇ 연휴 끝나면 인사·조직개편 본격화
재계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연말 인사 시즌에 돌입한다. 삼성은 11월 말 사장단 인사와 12월 글로벌 전략회의를 앞두고 있고, SK·현대차·LG 역시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내년도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는 주요 그룹들이 내년도 사업 전략을 확정짓는 시기와 겹친다”며 “APEC 준비까지 겹치면서 내년 사업 구상을 압축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