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현대百과 달리 롯데, 리뉴얼 투자에 힘실어
타임빌라스 사업 확대 제동···주요 임원진도 현장 방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백화점이 ‘나홀로 행보’ 경영을 택했다. 경쟁사인 신세계·현대백화점이 일본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것과 달리 롯데백화점은 핵심 점포 리뉴얼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올 2분기에도 롯데백화점만 영업익을 늘린 가운데 롯데의 나홀로 경영 방식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내달 영등포점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영등포점 운영권에 대해 사용 취소를 신청한 바 있다.

올 상반기 주요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 / 표=김은실 디자이너
올 상반기 주요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 / 표=김은실 디자이너

1991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1988년 정부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아 운영해 온 국내 첫 민자역사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이 본점, 잠실점에 이어 세 번째로 오픈한 백화점으로, 서울 서부 상권의 대표적인 대형 유통시설이자 민자역사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며 성장해왔다.

이후 2017년 정부가 점용허가 기간 30년이 만료된 민자역사 상업시설을 국가로 귀속한 뒤 사업자를 재선정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입찰을 통해 영등포점의 사용허가를 받았다. 다만 5년 단위의 짧은 계약 기간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및 상권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2020~2024년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통해 추가 5년 운영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영등포점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전반적인 리뉴얼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리뉴얼 시작 전 안정적인 영업기간 확보를 위해 사용취소를 결정했다.

내달 영등포점 재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은 “신규 사업자 입찰 공고가 나오면 면밀히 검토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새롭게 사업자로 선정되면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아 최소 10년 이상의 운영기간을 확보하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안정적인 운영권 확보 후 차별화된 MD로 서울 서부 상권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주력 점포 강화,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쇼핑몰 타임빌라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인천점, 노원점 등 핵심 점포의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본점과 잠실점은 롯데타운으로 조성해 한국을 대표하는 점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롯데백화점의 행보는 경쟁사인 신세계·현대백화점과 다르다. 신세계·현대백화점은 내수 부진과 쇼핑 패턴 변화로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패션을 내세워 정규 매장과 팝업스토어를 열며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타임빌라스 수원 외관 전경. / 사진=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수원 외관 전경. / 사진=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일본 도큐그룹의 ‘도큐 리테일 매니지먼트’와 브랜드, 프로모션, 비즈니스 모델 등에서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도큐그룹의 상업시설에 팝업을 내거나 입점하는 방식을 통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사 패션 매장 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도쿄에 위치한 쇼핑몰 파르크 시부야점에서 더현대 글로벌 리테일숍(패션 정규 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상반기 도쿄 패션 중심지인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 열 예정이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타임빌라스 사업 확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쇼핑몰은 향후 국내 리테일 사업의 주축이 될 것이며, 쇼핑몰 사업에 7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국내 쇼핑몰 수를 13개까지 늘리겠다”면서 “롯데백화점의 새로운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가 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타임빌라스 수원을 시작으로 타임빌라스를 전국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송도, 수성, 상암, 전주에 신규 쇼핑몰을 세우고 군산, 수완, 동부산, 김해 등 기존 아웃렛 7개점은 리뉴얼해 쇼핑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군산 롯데몰 2층 일부 주차장과 3층 교육문화시설의 용도를 판매시설과 음식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5월 군산시로부터 착공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오픈 예정인 타임빌라스 송도점도 공사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주 타임빌라스 수원점을 방문해 현장 경영에 나섰다. 신 회장 방문 이후 타임빌라스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성과 점검과 진단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전에도 김상현 부회장은 정준호 대표 등 주요 임원들과 타임빌라스 수원점을 방문했다. 타임빌라스 수원점 모델의 성과와 향후 운영 방향을 본사 차원에서 평가하고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리뉴얼 작업, 사업 확대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롯데그룹 차원의 유동성 우려에 타임빌라스 사업 동력이 꺾였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이번 회의 직전이었던 9월 초 롯데지주에 계열사 임원 인사에 대한 보고가 상신됐고 유통 계열사 전반에 대한 정기 감사도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통상 연말에 이뤄졌던 유통군 임원 인사는 올해 감사 일정와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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