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AAM 등 미래 모빌리티 개발 속도 내며 新산업 생태계 구축
미국 관세 및 중국 판매 부진 위기에 현지 생산 강화 및 전략 차종 확대 대응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취임 후 5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고속 성장을 이루며 회사를 ‘글로벌 3위’로 올려놨다.
정 회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친환경차 등을 통해 자동차 사업에서 외형 확장에 성공했으며 이제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혁신을 준비 중이다.
◇ “자동차 비중은 절반…나머지는 미래모빌리티로”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주문한 바 있다.
자동차를 ‘캐시카우(현금원)’로 삼아 안정적인 수익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로보틱스와 AAM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해 새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미래 사업 관련해 “자동차 50%, AAM 30%, 로보틱스 20% 비중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보틱스는 현대차 모빌리티 전략 핵심 사업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정 회장은 약 240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직접 투입하는 등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로보틱스 사업은 미래 모빌리티 ‘퍼스트 무버’로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에 적용해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물류·서비스·웨어러블 로봇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며 ‘인본주의 기술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로봇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에 약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보스턴다이믹스의 대표 제품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와 4족 보행로봇 ‘스팟(Spot)’,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Stretch)’ 등을 양산한다.
또한 그룹 내 로보틱스랩은 근로자와 농업 종사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착용형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 상용화에 성공했다.
연말에는 소형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 양산형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며, 배달로봇과 전기차 충전로봇 등 실생활 중심의 상용화 제품군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스마트 제조 환경’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싱가포르의 HMGICS(현대차그룹 혁신센터)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주요 전기차 생산 거점에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AAM 사업의 경우 작년 차세대 기체 ‘S-A2’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하는 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A2는 현대차그룹 AAM 독립 법인인 ‘슈퍼널’만의 독자 방식인 틸트 로터 추진, 분산전기 추진, 다중화 설계 등이 적용됐으며, 전력 효율성, 안전성, 저소음 등이 장점이다. S-A2는 최대 5명이 약 500m 상공에서 시속 200㎞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또한 자동차 사업 관련해선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과 함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준비 중이며, 내후년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출시도 진행 중이다.
◇ 美 관세·中 실적 부진 해결해야
정 회장은 취임 후 회사를 고속 성장시키는 한편 미래 먹거리 개발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나, 향후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위기 관리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모두 놓칠 수 없는 곳인데, 미국은 관세 여파로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중국은 사드 사태와 현지 기업 성장 등으로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정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 그룹 내 최고 핵심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2020년 현대차·기아 북미 판매량은 152만대였으나, 매년 성장하며 작년에는 224만대 수준까지 성장했다.
북미 시장의 경우 SUV와 대형·고급차 등 고수익 차량 인기가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대체 시장으로 미국이 떠올랐고, 정 회장은 텔루라이드를 비롯한 SUV를 다수 투입하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하지만 미국이 올해부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고속질주하던 현대차 실적도 다소 꺾이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관세에 대응해 현지 생산력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전략을 꾸렸다. 기존에 계획했던 미국 조지아 공장 생산 능력을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리고, 생산 차종도 전기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까지 다양화해 현지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미국내 현대차그룹 브랜드 평판이 상승한 가운데, 현지 생산 체제가 본격 가동할 경우 수년 내 관세 피해는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사드 사태 이후 떨어진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지만, 예상보다는 더딘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사드사태 이전인 2016년 하더라도 중국에서 약 180만대를 판매했으나, 사드 사태 이후 매년 판매량이 급감하며 작년엔 20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드 사태로 인한 반한 감정에 더해, 중국 현지 전기차 기업들이 급성장하며 현대차그룹이 설 자리가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현지 전략형 모델을 강화하며 판매 회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첫 현지 전략형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를 선보인다. 일렉시오는 준중형 전기 SUV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숫자 8을 램프에 형상화하는 등 현지 입맛에 맞춘 디자인으로 설계했다. 또한 중국 BYD와 협업해 가격을 낮춘 점도 강점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중국 대형 SUV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 인도·동남아 등 신흥 시장 발굴
더불어 정 회장은 미국과 중국 내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동시에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을 개척하며 판로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인도는 최근 중국을 넘어 세계 최다 인구 국가로 등극했으며 자동차 뿐 아니라 전 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자동차 시장 규모도 476만대 수준으로 일본(420만대)을 제치고 중국(2680만대), 미국(1370만대)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 공장 능력을 확대하면서 현지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GM 인도 공장까지 인수하며 연간 생산량을 100만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크레타, 쏘넷 등을 비롯한 현지 전략형 차종을 강화하고, 전기차 라인업도 늘리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생산 거점과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지어 아세안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앞서 정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광물이 많고, 정부의 전기차에 대한 뚜렷한 정책 입장이 있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젊은 소비자들이 여러 가지 기술이나 받아들이는 것이 빠르다는 것도 강점이라 여겼다”라며 “앞으로도 인도네시아의 신기술에 대한 흡수력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좀 더 노력해서 다른 동남아에도 진출할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