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제안으로 논의 본격화
2조~3조원 규모 예상···성사 시 역대 최대
재무 건전성 확보·신사업 추진 목적

LG화학 실적 추이./ 표=김은실 디자이너
LG화학 실적 추이./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LG화학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최대 3조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가운데 증권사들이 먼저 자금조달 방안을 제안하며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다. 다만 LG화학 측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복수의 국내 증권사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PRS 계약 체결을 논의 중이다. 규모는 2조~3조원 수준으로, 증권사별로 약 5000억원씩 나눠 인수하는 구조가 거론된다. 전날 종가(34만3500원)를 적용하면 전체 주식의 2.2~3.7%가 대상이다.

PRS는 지분을 팔지 않고 담보로 맡겨 현금을 확보하는 금융기법이다. 계약 만기 시 주가가 약정가보다 낮으면 기업이 차액을 보전해야 하고 계약 기간에는 매수자에게 회사채 금리 이상의 이자를 지급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SK온 지분 PRS(2조원)를 넘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가 된다.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공장 모습. / 사진=LG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공장 모습. / 사진=LG

LG화학의 이번 PRS 추진은 증권사들의 제안에서 출발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계 IB를 통해 교환사채(EB) 1조4000억원을 발행한 LG화학에 국내 증권사들이 “내수 자본시장에서도 대규모 조달을 해보라”며 PRS 방안을 역으로 권유한 것이다. 블록딜은 공시 의무와 할인율 산정 부담이 커 현실성이 낮았고, 결국 증권사들이 설계한 PRS가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다만 LG화학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유동화 방안은 여러 제안 가운데 하나일 뿐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방 산업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고성장·고수익 사업 전환을 위한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PRS를 통해 마련한 자금 역시 차입금 상환 등 재무 건전성 제고에 우선 쓰일 것으로 본다. 아울러 친환경·배터리 소재와 신약 등 3대 신사업 발굴에도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LG화학은 회사채 발행과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이미 3조6000억원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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