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대 석화단지 동시 구조조정
“자구노력 없는 기업엔 지원 없다”
공정거래법 유연화·보편지원 빠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에 대규모 설비 감축과 구조개편을 공식 요구하며 ‘사즉생(死卽生)’ 각오를 주문했다.

최대 370만톤(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감축하는 것이 정부 목표다. 자구노력이 담보되지 않는 기업은 지원에서 배제된다. 업계는 연말까지 개별 사업재편안을 제출해야 한다.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첫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재편 협약을 통해 최대 37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을 추진한다”며 “각 사별 구체적 계획을 연말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과잉설비 감축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와 고용 충격 최소화 등을 구조개편 3대 방향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설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 제품 전환과 재무 개선까지 병행해 업계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지원 원칙도 명확히 했다. 우선 대산·여수·울산 등 3대 석화산업단지를 동시에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 속도감을 내고 각 기업이 자구노력과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안을 내야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NCC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국내 총 규모는 약 1470만t으로, 정부 목표치(270만~370만t 감축)는 전체의 18~25% 수준이다. 이는 대형 NCC 2~3기를 줄이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사실상 여수·대산·울산 단지에서 대기업 NCC를 각각 하나씩 줄이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설비 통폐합, M&A 등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금융·세제·R&D·규제 완화 등을 조합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별 기업의 자구노력 없이 일반적 지원을 하는 일은 없다는 점을 재차 못 박았다. 구 부총리는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전남 여수 NCC 제2공장. / 사진=LG
LG화학 전남 여수 NCC 제2공장. / 사진=LG

업계는 정부가 목표량과 시한을 제시한 만큼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연말까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담아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헐값 매각이나 대규모 감축은 기업별 상황에 따라 부담이 크다”며 “기한 내 계획 제출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제 유연화와 전기료 인하 등 보편적 지원이 빠진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사안을 산업부에서 말할 사항은 아니다”면서도 “공정위와 산업부, 석유화학 관계 부처가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했다.

정부는 앞으로 산경장을 수시로 열어 재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기업의 자구노력에 따라 지원 수위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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