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 발표
자발적 사업재편 촉진 위한 인센티브 지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재편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기업 간, 기업 내 자발적 사업 재편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금융, 자금, 세제 등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중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을 마련해 관계부처, 업계와 최종 조율에 나선다.
최근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가 적자 누적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부도 위기에 몰린 가운데 추가 출자, 유상증자와 같은 긴급 수혈을 받았다.
DL그룹은 자회사 DL케미칼이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1500억원을 대여하기로 의결했다. 여천NCC는 DL과 한화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천NCC 사례는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위기에 직면해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4대 석유화학 기업인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의 올 상반기 합산 영업손실은 476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이 700억원인 만큼, 7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LG화학은 지난해 3월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이후 수익성 악화가 지속돼 김천·나주 공장에 대한 일부 설비 스크랩을 결정했다. 스크랩은 기존 공장 내 원료 주입을 종료하고 설비 파이프 등을 완전히 비우는 작업이다. 사실상 공장 철수 준비 단계에 속한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2월 여수 2공장의 5개 라인 중 3개 라인의 스크랩을 결정했다. 여천NCC도 지난 8일부터 여수 3공장에 대한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석유화학 기업들은 비주력 사업 자산을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최근 수처리 필터 사업과 에스테틱 사업부를 매각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롯데타워를 금융권에 담보로 맡겼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진행한 컨설팅 용역에 따르면, 국내 석유 화학 기업의 영업손익과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불황이 이어진다면 3년 뒤에는 기업의 절반은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고 BCG그룹 보고서,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 사업 재편을 유인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달 산업부가 발표하는 구조 개편 방안은 기업의 자발적 사업 재편 추진을 추동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기업들이 중장기 사업계획과 손익계산을 통해 자발적으로 사업을 정리·조정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을 결정하면, 사업 재편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제도·행정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또 개별 기업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수치도 제시될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물량 조절이 불가피하단 점에서, 업계 논의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생산 설비 가동 계획이 정리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신속한 사업 재편을 촉직하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 신사업 M&A 추진 시 기업결합심사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공정거래위원회 컨설팅을 지원한다. 사업 재편을 위한 정보 교환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간소화하는 규제 문턱도 낮춘다.
아울러 석화 산업 경쟁력 아화를 위해 납사·납사 제조용 원유에 대한 무관세 기간을 연장한다. 에탄 등 원료 확보를 위한 터미널 및 저장탱크 건설을 위한 인허가 패스트 트랙을 지원하고, 공업 원료용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수입 부과금 환급을 지원한다.
3조원 이상 규모의 정책금융자금 지원과 분산형 전력 거래 활성화를 통한 전기요금 선택권 확대, 규제 합리화에도 나선다. 공급 과잉 상황에 처한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부가가치·친환경 화학소재 품목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지원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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