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500억원 대여 이어 ‘공동 수혈’

여천NCC 제1사업장 야경. / 사진=여천NCC
여천NCC 제1사업장 야경. / 사진=여천NCC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DL케미칼이 부도 위기에 몰린 여천NCC를 살리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한화솔루션의 자금 지원에 이어 대주주인 DL그룹까지 자금을 투입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진화된 셈이다.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1999억998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주식 수는 92만5895주, 발행가액은 주당 21만6007원으로 액면가 대비 43배 수준이다.

같은 날 DL㈜도 이사회를 열고 DL케미칼 유증에 참여하기로 했다. DL은 신주 82만3086주를 1777억9234만원에 현금 취득하며, 취득 목적을 “자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은 상당 부분 여천NCC에 투입된다. 여천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각각 50%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로, 국내 3위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최근에는 전남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운영자금 결제일인 오는 21일까지 31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1500억원을 대여하기로 했다. 이번 DL케미칼 유증으로 양 대주주가 총 3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DL 관계자는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여천NCC의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화와 공동 운영 중인 태스크포스(TFT)를 통해 경영상황을 정밀 진단하고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자생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단기 유동성 위기는 해소되더라도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는 여천NCC의 재무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틸렌 등 범용 제품의 수급 불균형, 국제 유가 변동성, 친환경 전환 대응 지연 등이 장기 리스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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