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2차전지 부진 속 새 성장동력 모색
삼일PwC·BCG 등 자문단 구성해 타당성 검토
산업은행 지분 확보·해진공 공동경영 방안 거론

국제노선에 처음으로 바이오선박유를 급유해 시범운항하는 HMM 소속 ‘현대타코마호’ 전경. /사진 = 산업부
국제노선에 처음으로 바이오선박유를 급유해 시범운항하는 HMM 소속 ‘현대타코마호’ 전경. /사진 = 산업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를 검토하면서 철강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규모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본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동반 부진에 빠진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형 로펌 등과 자문단을 꾸려 HMM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향후 성장성과 그룹 차원의 전략적 시너지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인수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본업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국면 속에서 HMM 검토에 나선 만큼 인수 추진 의지가 상당하다고 해석한다. HMM을 인수할 경우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과거 포항제철 시절 ‘거양해운’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물류업과의 접점을 가진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연간 3조원 안팎의 물류비를 지출하고 있다. 철강 원료인 유연탄과 철강재, 배터리 소재 원료까지 해외에서 들여오고 완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자체 해운사를 보유하게 되면 운임 급등이나 공급망 충격과 같은 외부 변수에 덜 휘둘리면서 조달과 수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특히 HMM은 현재 컨테이너선 중심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벌크선 비중을 늘리고 있어 포스코의 원자재 수입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MM 인수를 통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그룹 전체의 공급망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자금 동원력은 충분

HMM의 대주주는 산업은행(36.0%)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7%)로, 두 기관 합산 지분은 약 71%에 달한다. 현재 HMM이 진행 중인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양 기관 지분율은 30%대 초반으로 낮아진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산은 보유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과 해양진흥공사와의 공동 경영 가능성을 동시에 점치는 분위기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산 매각을 본격화함과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성장동력 투자를 위한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 최근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지분 82.5%를 약 4000억원에 중국 칭산그룹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룹 구조조정 작업도 절반 이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구조조정을 통한 누적 현금 창출은 1조3491억원에 이른다.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도 7조원, 유동성 자산은 44조원 규모로, 자금 동원력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HMM의 시가총액은 23조~24조원에 달하는데, 산은 보유 지분을 매수하는 데 대한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 다만 철강과 2차전지 투자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단독 인수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HMM 매각은 지난해 하림그룹과 협상이 결렬되며 멈춰선 상태다. 현재 공석인 산업은행 회장이 임명되면 매각 절차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는 지난 2023년 초 진행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전략과 맞지 않는다”며 HMM 인수설을 부인한 바 있어 최종 결정까지는 상당한 신중론이 뒤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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