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對인도 수출 사상 최대···철강판 전년 比 31.9% 증가
포스코는 인도 내 일관제철소, 현대제철은 美 전기로 정면 돌파
국내선 반덤핑 제소로 가격 방어···“50% 관세에 단가 조정도 한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의 철강 고율 관세가 장기화되며 ‘미국 내 생산’이 사실상 시장 진입 요건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가 인도·미국 양방향 현지화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고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전기로 제철소 설립을 가시화했다. 이와 동시에 국내 시장에서는 반덤핑 제소로 가격 방어에 나서며 이중전선을 펴고 있다.

4일 한국무역협회 뉴델리 지부에 따르면 7월 한국의 대(對)인도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10.6% 증가한 18억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과 맞물리면서 철강판 수출은 지난해보다 31.9% 증가했다. 

◇ 포스코, 인도 내수·수출 거점으로

포스코가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구축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도는 자동차·인프라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이다. 인도의 철강 소비량은 최근 3년간 10%대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조강 생산능력을 현재(약 1.6억t)보다 두 배 가까이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포스코는 현지 사정에 밝은 인도 1위 철강사 JSW와 협력을 통해 부지확보와 행정 절차에도 속도를 내겠단 전략이다. 양사는 최근 주요 조건 합의서(HOA) 체결을 통해 인도 철강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석탄, 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오디샤 주를 주요 후보지로 선정했고, 공동 타당성 검토를 거쳐 최종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생산 규모는 조강생산량 600만t으로, 지난해 검토했던 500만t에서 확대했다. 일관제철소 지분은 양사가 각각 50%를 보유하는 구조다. 

생산 제품은 인도 내수 공급과 더불어 동남아·중동 등 제3국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 인도 정부가 발표한 약 40조원 규모의 수출지원책(EPM)에 따라 현지 합작 공장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인도 투자는 단순 내수 대응이 아니라 수출 거점화까지 포석에 둔 전략”이라며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인도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 현대제철, 미국서 관세·조달 규제 정면 돌파

미국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이 ‘현지 생산’ 전략의 전면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11일 미국 루이지애나에 설립한 현지 법인(Hyundai Steel Louisiana LLC)에 100만 달러(약 14억원)의 자본금을 첫 납입했다. 8조원 규모의 전기로(EAF) 제철소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 신호탄이다.

제철소는 연간 270만t 규모의 자동차용 고급 강판 생산에 특화된 설비가 들어선다. 연말까지 포스코, 현대차그룹 등과의 지분 협의가 마무리되면 오는 2026년 착공에 들어간다. 상업 가동 목표는 오는 2029년이다. 

루이지애나 프로젝트는 미국의 50% 고율 관세, 원산지 규정,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조달 규정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기로 기반의 저탄소 공정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미국산 우선구매법(BABA) 등 미 정부의 친환경 조달 기준도 충족할 수 있다.

업계는 미국과 인도를 축으로 한 철강사들의 양방향 현지화 전략이 단기 대응이 아닌 중장기 구조 전환의 신호로 보고 있다. 미국은 관세와 원산지 규정 등 비관세 장벽이 강화하고 있고, 인도는 내수 수요 증가와 수출 인센티브 확대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 때까지는 단가를 조정하며 수출 물량을 일부 유지했지만, 50%로 인상된 이후에는 그마저도 불가능한 구조”라며 “미국 내 조달 요건까지 고려하면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21일 포스코그룹과 JSW그룹이 철강, 이차전지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 부터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 JSW그룹 사잔 진달 회장. / 사진=포스코홀딩스
지난해 10월 21일 포스코그룹과 JSW그룹이 철강, 이차전지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 부터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 JSW그룹 사잔 진달 회장. / 사진=포스코홀딩스

◇ 국내선 반덤핑 총공세

해외 현지화와 함께 국내에서는 반덤핑 제소를 통한 방어 전략도 본격화됐다. 현대제철이 산업부 무역위원회에 제소했던 중국산 후판은 지난달 28일 반덤핑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지난달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전년 대비 33% 감소했고 후판 유통가격은 t당 90만원 선을 유지하며 일정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동국씨엠, 세아씨엠, KG스틸 등 주요 제강사들은 최근 중국산 저가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다. 무역위는 이르면 이달 중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본산·중국산 열연경판에 대해서도 제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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