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차입금 3조 감축···부채비율도 70%대로
현금성 자산 2조원대 유지···하반기 수익성 회복 전망
3세대 강판 본격 양산···글로벌 공략 가속

현대제철 충남 당진 사업장. /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충남 당진 사업장. /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현대제철이 2분기 흑자 전환과 함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며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다. 2021년 말 13조원을 웃돌던 차입금을 10조원대 초반까지 줄였고 10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도 70%대 초반으로 낮췄다. 재무 체력을 끌어올린 만큼 8조5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프로젝트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5년 만에 재무구조 반전

23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0조2952억원으로 2021년 말(13조362억원)보다 21.0% 줄었다. 2021년 당시 현대제철은 당진 고로 건설과 특수강 공장 증설, 환경설비 투자 등이 겹치며 차입 부담이 정점에 달했다. 

이후 현대제철은 영업현금흐름을 차입 상환에 집중 투입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순차입금은 같은 기간 10조4351억원에서 8조2111억원으로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102.9%에서 73.4%로 내려앉았다. 차입금 의존도도 2021년 35% 수준에서 최근 30% 안팎으로 내려왔다. 5년 만에 차입 구조를 정상화하며 재무안정성을 되찾은 셈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현금 곳간도 든든

차입을 줄이는 동시에 현금 곳간도 두둑하게 채웠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2조79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꾸준히 2조원 안팎의 현금을 유지하며 단기 유동성 방어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자회사 매각을 통한 추가 유동성 확보도 진행 중이다. 단조 계열 현대IFC 지분 80% 매각으로 2000억~2500억원, 강관 계열 현대스틸파이프 매각으로 3000억~4000억원 확보가 가능하다. 

두 건을 합치면 최대 7000억원이 더해져, 전체 현금 여력은 3조5000억원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현대IFC 매각과 관련해 “자회사 매각 대금은 루이지애나 투자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루이지애나 프로젝트는 이미 자체 현금과 차입 구조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 8.5조 해외 프로젝트···“분산 투자라 감당 가능”

현대제철이 추진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는 총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해당 일관제철소는 자동차 강판 생산에 특화돼 있으며, 연산 270만톤 규모로 건설된다. 착공은 내년, 상업생산은 오는 2029년을 목표로 한다.

투자 구조는 자본 50%, 차입 50%로 짜여 있다. 포스코가 소수 지분으로 참여하지만 연결회계에는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현대제철이 주요 투자 주체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 지분율이 최소 40~4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단순 계산으로 3조5000억~4조원가량의 부담이 예상된다.

회사 측은 지난 7월 컨퍼런스콜에서 “투자금은 3~4년에 걸쳐 분산 집행되기 때문에 추가 자금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감가상각비 범위 안에서 관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현대제철은 지난 6월 루이지애나 현지에 ‘Hyundai Steel Louisiana LLC’를 100% 자회사로 설립했고, 7월 말까지 부지 지반조사를 마쳤다.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상태로, 지분 구조와 투자 규모는 연내 확정 후 공시할 예정이다.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24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세 번째) 대통령, 마이크 존슨(왼쪽첫 번째)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왼쪽 네 번째)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24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세 번째) 대통령, 마이크 존슨(왼쪽첫 번째)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왼쪽 네 번째)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투자 뒷받침할 체력 회복···3세대 강판 등 고부가 전략까지

재무적 여력뿐 아니라 본업 수익성 회복도 투자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현대제철은 2분기 연결 매출 5조9456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1018억원)과 순이익(374억원)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1분기 적자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하반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덤핑(AD) 관세와 중국의 감산 기조가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 회복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특히 중국산 저가재 수입이 위축되고 내수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후판·열연 중심으로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김한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현대제철 영업이익이 1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할 것”이라며 “중국산 후판에 대한 관세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제철의 내수 시장 판매 확대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과잉 공급 억제와 생산능력 감축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 구조조정 로드맵이 10월 4중전회를 거쳐 보다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제철도 자체 경쟁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투자로 탄소저감 강판 생산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고부가 자동차강판 확대에 집중한다. 특히 당진제철소에서는 이미 3세대 강판 양산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완성차사 대상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3세대 강판은 고강도·경량화를 동시에 구현한 소재로 전기차에 최적화돼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