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비정규직, 원청에 교섭 촉구
전 조합원 집단 고소 준비···국내 첫 사례
업종별 확산 우려···조선·건설로 번질 수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을 겨냥한 교섭 요구와 집단 고소에 나섰다. 법 시행 전부터 ‘1호 사례’가 등장하며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할 조짐이다.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현대제철에 교섭 참여와 손해배상 소송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현대제철 경영진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도 국회에 요청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2021년 파업을 벌인 비정규직 노동자 461명을 상대로 4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근 이를 취하했다. 그러나 별도로 180명을 상대로 제기한 200억원대 손배소는 여전히 2심이 진행 중이다. 1심 법원은 노조의 배상 책임을 5억9000만원으로 인정했다.
지회는 오는 27일 비정규직 노동자 1890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불법파견·교섭거부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 집단 고소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 조합원이 직접 고소에 나서는 것은 국내 최초 사례다.
같은 날 오후 1시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도 진행한다.
노조 측은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 인천지방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모두 나왔지만 회사와 검찰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며 “집단 고소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청업체 근로자의 원청 교섭 요구가 법적 근거를 얻으면서 향후 다른 산업군으로 리스크가 번질 가능성도 크다. 국내 업종별 사내하청 비중은 조선업이 63.8%로 가장 높고, 건설 48.3%, 철강 36.9% 수준이다. 하청 고용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노사 분쟁의 불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계는 법 시행 유예기간 6개월 동안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전날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국회는 산업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을 통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유예기간 경제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충실히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