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하청 근로자도 원청 사측과 교섭 가능
사측의 파업 손배 청구 가능범위 축소
勞 “역사적 결실”···社 “노사분쟁 불가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 통과 후 노동계는 반색하고 정부에 후속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 적용할 것을 요구한 반면 재계는 사업 난항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법 시행 전 노사 의견을 수렴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국회는 24일 개최한 제42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을 심사해 총 투표수 186표 중 찬성 183표, 반대 3표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 도입에 반대해 이번 투표에 대부분 불참했다. 전날 오전 본회의에서 안건이 상정됐고,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등 107인이 무제한토론 요구서를 제출한 후 무제한토론을 시작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중결 동의안을 제출함에 따라 이날 투표가 이뤄졌다. 노조법 개정안의 시행 유예기간은 6개월로 확정됐다.
개정안엔 노조법 제2조(정의),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의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기업, 사업주, 경영담당자 등을 가리키는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한편,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간접고용 근로자와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률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의 행사에 제약이 발생한 데 따른 입법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정안에 따라 노동쟁의 대상이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확대된다. 근로자가 현행법으론 사용자의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과 같은 사항을 두고 노동쟁의하기 어려웠지만 개정안 시행 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법원이 쟁의 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경우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 정도 등에 따라 각 배상의무자별로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법원이 불법행위에 대한 각각의 책임 범위를 산정하지 않고 모든 공동불법 행위자에게 손해 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손해배상청구 제한 범위에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가 추가되고, 사용자 불법행위에 대한 방위를 위해 부득이 가한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 한편 사용자는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와 근로자가 법원에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과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해 각 배상의무자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도록 했다.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 정부, 유예기간 노사의견 적극 수렴 “불확실성 최소화”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후 노사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개정안 통과에 대해 “노동자들의 숭고한 희생이 만든 역사적 결실”이라며 환영했다. 후속 조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진짜사장 교섭 쟁취 투쟁본부’를 가동하고, 내년 ‘비정규직·특수고용 권리 쟁취의 원년’으로 삼아 총력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이후 구체적인 지침과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법은 통과됐지만 후속 지침과 대책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민주노총은 정부가 법의 정신에 맞는 구체적 조치를 책임 있게 내놓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입장문을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고용·하청·플랫폼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을 상대로 노조할 권리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다”며 “한국노총은 개정된 노조법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개정법 통과에 유감을 표했다. 국회가 법을 보완해 사용자 범위, 노동쟁의 개념 등을 명확히 하고 정부가 유예기간 경제계와 긴밀히 소통해 보완조치를 마련하길 요구했다.
경제6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에서 “노조법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됐지만 불분명한 부분이 존재해 향후 노사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대체근로 허용 등 주요 선진국에서 보장 중인 사용자 방어권도 입법해 노사관계 균형을 맞춰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개정안 시행 유예기간 동안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노사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TF에 개정법 실제 적용과 관련 의견을 상시로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설치, 운영하고 법 시행 과정상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단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