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200억원에 팔았던 사옥, 10년 만에 6451억원에 재매입
잔금 4200억원 담보대출···연 4% 기준 연 이자 160억대 추정
현대IFC 인수 철회···‘사옥 회복 vs 본업 투자’ 우선순위 논란

서울 중구 수하동 동국제강그룹 본사 페럼타워 전경/ 사진=동국제강그룹
서울 중구 수하동 동국제강그룹 본사 페럼타워 전경/ 사진=동국제강그룹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동국제강이 10년 만에 그룹 상징인 페럼타워를 다시 품었다. 문제는 사옥을 되찾은 선택이 본업 투자 축소와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인천공장 가동 중단과 실적 둔화 속 6451억원 베팅이 재무구조에 어떤 굴곡을 남길지가 관건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달 25일 삼성생명으로부터 서울 중구 수하동 소재 페럼타워를 6450억6000만원에 취득했다. 계약금 645억6000만원을 제외한 약 5805억원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앞서 동국제강은 지난 7월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를 6450억6000만원에 재매입하기로 의결했다. 매도인은 삼성생명이다.

◇ 2015년 매각→2025년 재매입···‘웃돈 2200억원’

이 건물은 동국제강의 얼굴과 같은 자산이다. 회사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이후 유동성 방어를 위해 지난 2015년 4월 페럼타워를 약 4200억원에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이후 장기 임차로 돌아섰다. 10년 3개월 만에 약 2200억원의 웃돈을 얹어 되사온 셈이다. 

이번 거래는 동국제강 자산총액(3조1940억원)의 20.2%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그러나 회사의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762억원에 불과해 자체 자금만으로는 매입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계열사 동국홀딩스(1854억원), 동국씨엠(1778억원)의 현금 보유력도 충분치 않았다.

등기부 등본(을구)에는 채권최고액 5040억원의 근저당이 기재돼 있다. 채무자는 동국제강과 함께 SPC 다수가 공동으로 올라가 있고, 근저당권자는 하나·신한·우리·농협·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 컨소시엄이다. 담보 대상은 페럼타워 부지인 서울 중구 수하동 66번지다.

시장 관행상 채권최고액은 통상 대출원금의 120~130%로 잡히는 만큼, 실제 차입금은 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사옥 회복’은 결국 레버리지 위에서 성사됐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페럼타워 거래는 회사 재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계약금 10%를 제외한 약 5805억원의 잔금 가운데 4200억원은 담보대출로 조달했고, 나머지는 보유 현금 등으로 충당하면서 현금도 잃고 이자 부담도 늘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 사진=연합뉴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 사진=연합뉴스

◇ 인천공장 셧다운·실적 둔화···본업은 ‘내리막’

문제는 본업인 철강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철강 고율 관세 부과,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동국제강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했다. 매출은 8937억원으로 5% 줄었고, 순이익은 92억원으로 60.3% 급감했다. 동국씨엠은 같은 기간 영업손실 150억원, 순손실 27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건설 경기 침체도 직격탄이다. 철근 유통가격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자 동국제강은 7월 22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인천공장 가동을 멈췄다. 연간 220만톤(t) 규모인 인천공장은 1972년 가동 이래 처음으로 멈춰섰다.

◇ 재무 부담 커진 가운데 본업 확장 보류

결국 불황 국면에서 차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이자비용과 차환 부담이 커져 회사 손익을 압박할 수 있다. 잔금 조달분 4200억원을 연 4% 이하로 차입할 경우 연간 최대 약 168억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금리가 0.5%p 오르면 약 21억원, 1%p 오르면 약 42억원 추가 부담이 생긴다. 사옥은 이론상 임차수입과 담보가치라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하지만, 금리·공실률·임대차 조건 변화에 따라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동시에 동국제강은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IFC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회사는 지난달 22일 “철강 본원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재무적 투자자(FI)와 공동 인수를 검토했으나,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사옥 회복’을 택한 만큼 본업 확장 투자는 한 걸음 물러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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