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종 파생제품 추가···변압기·건설기계 직격탄
LS일렉트릭 “이미 가격 반영·재협상으로 대응”
효성중공업 “美 매출 7%, 현지 공장으로 충격 완화”
9월 추가 확대 가능성···“공급망 재편 불가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높인 데 이어 변압기, 건설기계, 기계부품 등 한국 주력 수출품을 포함한 407종의 파생 제품까지 추가로 고율 관세 대상에 편입했다.
관세 충격파가 예상되지만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을 비롯한 국내 전력기기 업계는 이미 가격 반영, 관세 분담, 현지화 전략을 가동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407종 추가된 파생제품···완제품 비중 높을수록 타격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 407종을 새로 지정했다. 기존 615종에 더해 총 1000여 종 이상이 고율 관세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특히 변압기, 내연기관 부품, 공조기, 건설기계 등이 모두 포함돼 국내 전력·기계업계의 직격탄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철강이 많이 쓰이는 완제품일수록 실질 관세율이 올라간다”며 “예컨대 철강 비중이 60%인 엔진 부품은 36%의 관세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전력기기 업체들은 현재 영향 범위를 파악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오후 3시 업계 간담회를 열고 기업별 대응책을 논의하는 가운데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등 관련 협·단체들도 참여해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철강·알루미늄 함량 확인, 원산지 증명 등 수출기업 대상 컨설팅을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의 분담금 부담도 낮추겠다”고 했다.
◇ LS일렉트릭 “관세 분담 구조로 이미 대응···영향 제한적”
LS일렉트릭은 “어느 정도 예상된 조치”라며 시장의 우려를 진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변압기가 파생 관세에 포함될 가능성을 사전에 고려해 수주 단계에서 가격 조건에 반영했다”며 “고객사와 관세 부담을 분담하는 구조라 채산성 악화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체결된 계약도 관세가 적용되면 재협상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파생 관세가 실제 적용되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채산성이 사실상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객들도 잘 알고 있어서다.
LS일렉트릭은 내부적으로 이번 조치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배전반·배전 솔루션 중심 사업 구조 속에서 변압기 매출 비중이 작아 직접적인 피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LS일렉트릭은 경쟁사 대비 변압기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주력인 배전반 제품은 이번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 효성중공업 “美 매출 7%···현지 공장으로 충격 완화”
효성중공업은 미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고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만큼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미국 비중은 7% 내외 수준”이라며 “멤피스 현지 공장도 운영하고 있어 국내 생산품 수출 비중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내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기존 대비 2배 규모로 증설 중이다. 미국 내 생산능력이 확충되는 만큼 관세 영향도 줄어들 전망이다. 경쟁사 HD현대일렉트릭도 미국 앨라바마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2차 증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관세 조치가 장기화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오는 9월 업계 의견을 들은 뒤 관세 대상 품목을 더 늘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부담 요인이다. 관세 장벽이 고착화되면 결국 원가 부담이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전가돼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 결국 미국 내 현지 조달 확대나 생산거점 이전 같은 구조적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고 구조화될 수 있다”며 “추후 미국 내에서 부품·자재를 더 많이 조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