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보유 선박부터 시범 유동화···“민간 관심 끌고 제도화 대비”
STO 아닌 자산유동화 방식···“연내 시범 사업 개시”
국회서 관련법 심사 본격화···해진공, 플랫폼 선도 기관될까

/ 그림=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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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공사 보유 선박 일부를 조각 투자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시범사업을 연내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해 정책금융 중심의 선박금융 구조를 보완하고 해운산업에 대한 시장 관심을 높이려는 시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해진공은 최근 ‘선박 조각투자 시범사업 기초 법령 검토 및 구조 설계’ 용역을 발주하고 법무법인 광장과 22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용역은 공사가 직접 보유한 선박을 유동화 자산으로 삼아 현행 자산유동화법(ABS 등)을 기반으로 조각 투자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선박은 약 10척 정도이며, 이 중 일부를 조각투자 시범사업의 대상 자산으로 삼을 계획”이라며 “일반 국민들이 선박이라는 대체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 “선박 투자 민간 관심 이끌 기회”

해양진흥공사는 이번 조각투자 모델이 단순한 자금조달 수단을 넘어 해운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해운업은 B2B 중심 산업이라 일반 국민들에게 잘 체감되지 않는 분야지만, 선박이라는 실물 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생기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범사업은 하나의 문화적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각투자 구조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향후 민간 선사들이 선박 발주나 기존 보유선박 유동화를 위해 조각투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벤치마크 모델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이 신뢰 기반을 제공하고 이후 민간이 모델을 채택할 수 있는 구조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 “올해 내 현행법 기반 시범사업 추진 목표”

해양진흥공사는 올해 안에 시범사업을 실제로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발주한 용역은 이를 위한 법적 타당성 검토와 상품 구조화 작업의 사전 단계로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조각투자 시범사업은 이름은 ‘토큰증권(STO)’과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 전인 현 시점에서 가능한 자산유동화법 기반의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즉 블록체인 기반 토큰 발행 방식이 아닌, 증권형 유동화수단을 활용한 전통적 방식의 분할 투자 모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STO 모델은 현재 부동산, 미술품 등 일부 자산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샌드박스 지정 형태로 시범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현판. /사진=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현판. /사진=한국해양진흥공사

◇ “조각투자 법제화 본격화···공사 역할 주목”

최근 들어 STO 모델을 제도화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STO 관련 법안을 우선 심사 대상에 포함시켰고 금융위원회도 STO를 중소·벤처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공식화하며 관련 시행령 개정을 병행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향후 조각투자 제도화 흐름에 대비하고 법 개정 이후에는 사업 모델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사가 민간 선사와 투자자 간의 디지털 자산 기반 선박 유통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업계는 향후 STO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보다 다양한 형태로 선박 거래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사 측은 “향후 국회에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긴 하지만 개정안 통과 직후 바로 법적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선은 현행 제도를 기반으로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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