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기술투자 주도 AC펀드에 200억원 현금 출자
그룹 차원 미래사업 발굴 본격화···CVC 전략 ‘전환점’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모습. / 사진=포스코홀딩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모습. / 사진=포스코홀딩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포스코홀딩스가 액셀러레이터(AC) 형태의 벤처투자 펀드를 통해 미래 신사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금산분리 완화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유연화 이후 대기업 지주사가 벤처캐피털(VC)이 아닌 AC 구조를 채택한 실전 사례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CVC 역할을 맡고 있는 계열사 포스코기술투자가 결성한 벤처조합(AC펀드)에 총 203억3000만원을 출자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조합 출자는 전액 현금으로 진행된다. 포스코홀딩스가 200억원을 부담하며 펀드 대부분을 책임지고, 포스코(1억원), 포스코DX(2500만원), 포스코기술투자(2억5000만원) 등도 참여해 그룹 차원의 공동 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조합 결성과 실질 출자는 오는 12월 내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펀드는 VC나 신기술금융사 형태가 아닌, 초기기업 발굴·육성에 특화된 AC 방식으로 조성된다. 대기업이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위해 AC 구조를 택한 것은 드문 선택이다. 일반 VC는 내부수익률(IRR)를 중시하지만 AC는 기술 검증과 신사업 연계 측면에서 더 유연한 구조라는 평가다.

그 배경에는 포스코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전환이 있다. 단순한 자본 수익보다 신사업 시너지 창출에 방점을 찍은 구조다. 그룹 내부에서 기술을 테스트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실험적 플랫폼’으로 AC펀드를 활용하려는 포석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이차전지소재,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미래사업군을 육성 중이다. 이번 펀드를 통해 해당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조기 발굴하고 계열사와의 협업 가능성까지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CVC 설립이 제한돼 있었지만,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거쳐 2021년부터 VC·신기사 형태의 CVC 보유가 가능해졌다. 이후 AC 형태도 조건부 허용되면서 포스코는 실제 AC 등록 자회사 포스코기술투자를 통해 펀드를 결성한 대기업 그룹 중 하나가 됐다.

대기업 CVC의 AC 진출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존에는 대기업이 AC와 외부 용역 방식으로 협업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해 왔으나, 이제는 직접 AC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AC 형태 CVC 확산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협업 채널 확대라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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