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여도’ 평가에 中 사실상 배제
전기차 둔화 속 ‘내수 마중물’ 부상
2038년까지 20GW 규모 ESS 설치

삼성SDI가 지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공급한 ESS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지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공급한 ESS 배터리. /사진=삼성SDI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단지 조성 사업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일제히 출격했다. 중국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총 1조원 규모의 대형 입찰 수혜가 고스란히 K배터리 진영에 쏠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마감된 1차 ESS 입찰에는 배터리 3사를 포함해 전력기기·재생에너지·건설사 등 수십 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응찰한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사업 성격상 세 기업이 일부 물량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처음으로 전국 단위에서 실시하는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다. 올해는 전북, 전남, 경북, 강원, 제주 등 5개 지역에 총 540MW 규모의 ESS를 설치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총사업비는 약 1조원으로, 이 중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배터리 사들이 가져갈 몫은 약 6000억~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의 불참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정부가 이번 입찰에서 비가격 평가 항목 중 ‘국내 산업 기여도’ 항목에 100점 만점 중 24점을 배정하면서다. 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컨소시엄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ESS 배터리는 그동안 국내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잇따랐던 탓에 기술 신뢰도와 안정성이 핵심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안정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을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EDI(모듈 내장형 직분사 화재 억제 기술)’를 적용해 삼원계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억제하는 전략을 택했다.

LG에너지솔루션 ESS용 LFP 롱셀 배터리. /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ESS용 LFP 롱셀 배터리. / 사진=LG에너지솔루션

기업별 대응도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제주 지역 소규모 ESS 입찰에서 사업권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전국 입찰에서도 연속 수주를 노리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에서 가상발전소(VPP) 시범사업도 병행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ESS+VPP’ 통합 운영 모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삼성SDI는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20%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로 전환하고, 화재 대응 기술도 병행해 ESS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SK온은 세 회사 중 가장 늦게 ESS 사업에 발을 들였지만,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LFP 기반 ESS 제품 개발과 국내 ESS 입찰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사업 경험이 부족한 만큼 이번 입찰이 본격적인 ESS 시장 진입의 '출사표'가 될 전망이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장기화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해외 공장 중심의 증설 기조 속에 정체된 국내 배터리 공장을 다시 돌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ESS 중앙계약시장 몸집을 해마다 키워나갈 방침이다. 현재 목표는 2038년까지 20GW 규모 ESS를 설치하는 것이다. 총 40조원의 금액이 투입된다. ESS 물량을 리튬이온 배터리 방식으로만 채운다면 국내 배터리 3사에게 돌아가는 금액만 24조~28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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