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OBBBA 대응 법률·비자 대응 전략 설명회
“美정부에 정확한 정보·입장 전달해야 수혜 확보”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행규칙에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정확한 정보 전달과 입장표명을 해야 좋은 방향으로 시행규칙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구자민 미국 커빙턴 앤 벌링 외국변호사는 21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주최한 ‘미국 OBBBA 법률 및 비자 대응 전략 설명회’에서 미국 행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률’(OBBBA·대규모 감세법)의 법안 구조와 시행 흐름을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구 변호사는 “법안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형태로 정리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나올 시행규칙과 규정이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 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OBBBA 제정으로 배터리, 태양광 등 미국 투자기업과 협력기업의 투자·생산·공급망 대응 전략 및 기회요인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행사에는 코트라, 산업연구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대륜을 비롯해 배터리·태양광·풍력 등 업계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구 변호사는 이번 법안이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의 세제개편법인 감세 및 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TCJA)을 연장·보완하는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감세 정책이 핵심이며, 배터리나 반도체 등 제조 분야에 실질적인 세제 혜택이 제공되는 구조”라며 “이는 IRA와도 기조가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OBBBA에는 ▲보너스 감가상각의 영구화 ▲상업용 부동산 감가상각 확대 ▲미국 내 R&D 비용 100% 비용처리 제도 복원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OBBBA 법안 시행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30D)과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45W)는 오는 9월 말 종료되는 대신 배터리·소재에 적용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IRA 원안대로 유지되며 2032년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제 3자 양도 및 직접 환급 조항도 폐지되지 않아 투자기업의 자금 부담은 덜게 됐다.
다만 구 변호사는 이번 법안이 태양광·풍력 등 일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즉각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예전에는 중국산 셀을 사와 생산비용 5% 정도만 발생시킨 뒤 수년간 창고에 쌓아놓고 나중에 공사를 시작하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이번 법안으로 그 허점이 막혔다”고 면서 “ESS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언제 건설이 시작됐는가’가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법안 통과는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나올 시행령과 해석지침이 실제 기업의 수혜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업계, 협회들이 자신들의 사업 구조와 현실을 정확히 설명하고 시행규칙 제정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미국 현지 기준에 맞추지 못해 세제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