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이어 북미 ESS 시장 진입 선언
전기차 침체 속 포트폴리오 다변화
IRA 요건 충족···중국 독주 견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SK온이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와 손잡고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겨냥,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에 비해 한발 늦었지만 미국 내 생산기반 확대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요건 충족을 통해 수익성과 기술경쟁력 모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SK온은 전날 서울 종로구 그린캠퍼스에서 엘앤에프와 북미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엘앤에프는 단계적으로 최대 6만톤(t) 규모의 LFP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수요에 따른 추가 증설도 검토한다. SK온은 이를 바탕으로 북미 생산기지 전환 및 공급계약 체결에 나설 전망이다.
SK온의 사업 전환은 배터리 업계 전반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과 맞물렸다는 평가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고성능 삼원계(NCM) 배터리 중심의 투자 효율성이 낮아지면서 비교적 수익성이 높고 안정성이 강조되는 LFP 기반의 ESS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안정성과 수명 측면에서 ESS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기준 LFP가 글로벌 ESS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ESS 수요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미국의 ESS 누적 설치량이 2023년 19GW에서 2030년 133GW, 2035년에는 250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온은 그간 ESS 시장 대응이 더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시간 홀란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 중이고, 삼성SDI 역시 각형 ESS 배터리 생산을 늘리며 북미 생산기지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SK온의 이번 행보는 후발주자 입장에선 ‘속도전’ 선언이기도 하다.
SK온 관계자는 “이번 MOU는 본격적인 ESS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 단계”라며 “현재 미국 현지 업체 여럿과 공급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하반기에는 계약 체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이 엘앤에프를 협력 파트너로 낙점한 것은 IRA 대응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 내 생산과 조달 비중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해당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소재사와의 협업이 불가피하다. 엘앤에프는 이미 북미 투자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신영기 SK온 구매본부장은 “이번 협약은 SK온의 LFP 배터리 밸류체인 확보와 북미 시장 진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AMPC 요건을 충족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LFP 배터리 생산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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