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1공장 V9 전환 설비투자 집중
중국 시안 2공장도 V9 전환 준비 검토
기업용 SSD 수요 급증 대응

삼성전자의 QLC 9세대 V낸드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QLC 9세대 V낸드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선단 공정 전환을 위한 설비투자를 가속화한다. 기존 레거시(구형) 생산라인들을 286단 9세대 V낸드(V9)로 바꾸는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올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400단 이상의 10세대 V낸드(V10) 제품 양산 시점은 다소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1공장(P1)에서 기존 6~8세대로 운영하던 낸드 설비를 9세대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 고용량 QLC(쿼드레벨셀) 낸드 기반의 기업용 SSD 수요가 다시 급증할 것에 대비해 생산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낸드는 적층 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고용량 칩 생산에 유리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낸드 제조사의 적층 기술 또한 100단 이상급 6세대에서 176단(7세대), 236단(8세대), 286단(9세대)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9세대부턴 QLC 방식으로 낸드 제품이 양산되고 있다. 낸드는 각 셀에 저장하는 데이터 비트 수에 따라 SLC(싱글레벨셀), MLC, TLC(트리플레벨셀), QLC(쿼터레벨셀) 등으로 나뉘며, QLC로 갈수록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크다.

초고용량을 요구하는 기업용 SSD의 경우 QLC 낸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업용 SSD 수요가 폭증했을 당시 V9 생산역량 부족으로 주문처리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경쟁사 대비 큰 수혜를 입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가 크게 줄었다.

기업용 SSD 수요는 작년말 잠시 주춤했다가, 올 하반기 다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업용 SSD의 수요 증가에 따라 SSD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10% 상승이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낸드 선단 공전 전환 투자를 통해 V9 생산라인을 대거 확보한단 방침으로, 현재 중국 시안의 X2 낸드 공장을 기존 V7·V8에서 V9로 올리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작년 말부턴 X1 공장의 낸드 라인을 V6에서 V8로 전환하는 투자도 지속해오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용 SSD 수요가 갑자기 폭발했을 때 상당 물량이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쪽으로 넘어갔다”며, “삼성전자의 QLC 9세대 라인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앞으로 관련 수요가 또 생길 수도 있으니 라인 준비 작업을 빠르게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낸드 부문 투자 계획이 뚜렷하다”며, “신규 라인 증설은 제한적으로 가져가되, 기존 구형 라인들을 9세대, 10세대로 전환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V10 양산 투자는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연내 양산을 목표로 V10 생산라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업계에선 해당 계획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V10 낸드에 처음 도입할 예정이었던 신규 식각 장비가 아직 검증을 못 마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V10 생산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램리서치의 식각 장비 대신 도쿄일렉트론(TEL)의 차세대 극저온 식각기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EL의 극저온 식각기를 V10에서 본격 도입하려고 했는데 TEL 장비 사정으로 인해 이 계획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까 V10을 지금 크게 투자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