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방침 전달
WSJ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보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하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를 대상으로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규제할 계획을 전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사업장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사업장 전경. / 사진=삼성전자

WSJ는 통보된 방침은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마다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조치를 취소하는 취지라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공장, 충칭에서 패키징 공장, 다롄에선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은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때도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당시 동맹국 기업이 받을 선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WSJ는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주도한 이번 방침이 미국 정부 내 다른 부서의 동의를 완전히 받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또 백악관 당국자들은 WSJ에 “이번 방침이 미중 무역 갈등의 확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에 허가 시스템을 적용한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방침을 확정할 경우 한국 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도체 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국산 제조장비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현재 생산 중인 제품 이후의 첨단공정 반도체 생산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화에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이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과의 교역에 의존하는 일명 ‘안미경중(安美經中)’ 방침을 더 이상 이어가면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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