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유가 및 해상운임 상승 우려
산업부, 최남호 2차관 주재 긴급회의 소집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미국의 이란-이스라엘 전쟁 직접 개입으로 중동 정세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무역, 물류 등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력을 활용해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고 이란이 미사일 응수에 나서면서, 산업계에선 중동분쟁 리스크 심화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유가, 운임 등 각종 비용 상승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 지역이자 세계 원유 생산량의 31%가량을 보유한 만큼 구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 이란-이스라엘 분쟁 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주 7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지난 20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76.84달러로 올랐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급등했다. 국내 유가도 지난 21일 서울 휘발윳값이 1721원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상운임 상승 우려도 커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및 물류의 중심지 하루 2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통과한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현실화하면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국내 정유업계의 경우 달러로 원유를 사서 들여오는데 유가가 치솟으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기업의 경우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제품 수요 둔화와 함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행상운임 상승은 국내 제조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 시 제조업은 평균 0.67%의 비용이 증가한다. 전 사업 평균 0.38%보다 높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제조기업들 비용 증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 석유 기반의 원자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양사는 대형가전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어 해상운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쓴 물류비는 각각 2조 9602억원, 3조 1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71.9%, 16.7% 늘어난 바 있다.

항공업계와 선박업계는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직접 기착하지는 않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 우회 노선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의 항로 우회와 지연이 지속될 경우 해상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업계 호재로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전체 중동 수출과 수주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너지 시설 타격에 따른 비용 상승,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국 방위비 증가로 기존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취소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국내 에너지, 무역, 공급망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최남호 2차관 주재로 오후 3시부터 서울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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