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미국 개입하며 확전 우려
국제 유가 급등에 항공사 비용 부담 커져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여행 심리 축소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중동 분쟁 확산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로 인해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수익 악화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올해 국내 항공업계는 엔데믹 이후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여행이 늘어나곤 있으나, 출혈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작년대비 떨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6.32달러로 전일대비 3.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5일 배럴당 57.13달러 수준이었던 WTI는 중동 분쟁 확산 소식에 따라 지난 20일 기준 73.84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3개월 내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 유가는 지난 수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올해 양국 종전 소식에 다시 진정되는가 싶었으나, 중동 확전 우려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며 중동 분쟁에 직접 개입하자 이란도 곧바로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내 위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항공업계 타격도 클 전망이다.
통상 항공업계는 유류비용이 총 영업비용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지난 2024년 기준 대한항공 전체 영업비용은 15조7600억원이며, 이 중 연료유류비는 4조9800억원으로 약 31.6%를 차지했다.
즉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그만큼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은 단순 회사 비용 증가 뿐 아니라,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7월 유류할증료는 국제 유가와 환율 하락세 등으로 최근 4년 새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7월 유류 할증료 기준이 되는 5월 16일~6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1갤런(3.785ℓ)당 188.62센트로 총 33단계 중 4단계 수준이다.
하지만 중동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8월 유류할증료는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실질적인 해외 여행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여행 수요 감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국제선 이용객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5월 국제선 이용객은 3824만명으로 작년대비 7.4% 늘었으며, 이전 최대치인 2019년(3783만명)을 넘어서 역대급 수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할증료가 오르고, 국제 정세 불안에 해외여행이 줄어들게 된다면 하반기엔 상승세가 꺾일 우려도 있다.
아울러 올해 국내 항공업계는 공급량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 과열 경쟁 조짐을 보이며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까지 겹칠 경우 추가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9% 줄었고, 아시아나는 7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1분기 영업이익이 일제히 줄어들면서 적자전환한 곳이 생겼다.
증권업계는 당초 올해 2분기 대한항공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약 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으며, LCC는 적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2분기의 경우 중동 분쟁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겠으나, 3분기부터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는 여름 휴가철이 있어 항공업계에겐 최고 성수기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