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 DDR5 생산량 확대 집중···2027년 HBM3E 양산 목표도
韓 메모리, 구형 제품 생산 철수하고 고부가 시장 수성 ‘사활’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매섭다.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DDR5 고성능 메모리 생산역량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환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동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학계에선 중국이 시스템반도체 분야뿐만 아니라 한국 반도체가 리드 중인 메모리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가로챌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2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CXMT는 최근 DDR5 메모리 생산을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메모리 선두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구형 제품인 DDR4 생산을 줄이고 DDR5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CXMT는 올 연말까지 전체 생산량의 60% 이상을 DDR5로 전환할 계획이며, 일부 라인은 LPDDR4 및 LPDDR5 등 저전력 제품 생산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작년말부터 DDR5 양산을 시작했으며 앞서 당해 11월 모바일용 LPDDR5 출시도 공식화한 바 있다.
업계에선 현재 CXMT와 국내 메모리업계의 기술 격차가 3년 이하로 좁혀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DDR5에선 약 3년, LPDDR5에선 2~3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DDR4에선 3~4년 정도 격차가 나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도 지속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올해 D램 캐파는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해, 월간 생산량 기준 30만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출하량 기준 전체 D램 시장에서 올 1분기 6%였던 점유율은 연말 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기존 저사양 D램은 이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도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고사양 제품으로 계속 갈 것”이라며, “CXMT도 어차피 HBM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고사양 D램에서의 경쟁력과 기술 측면에서 결국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HBM 시장에서도 CXMT는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디지타임스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CXMT는 2027년 HBM3E(5세대) 양산을 목표로 한다. 연내 HBM3(4세대) 시제품 공급을 시작하고, 내년 양산 체제를 구축한 뒤 HBM3E 시장 진입을 본격화한단 계획이다.
HBM3E는 현재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 중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거래선인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이 지연되면서 아직 납품도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CXMT가 2027년 HBM3E 양산에 성공할 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3사와는 2~3년 정도 뒤처지는 셈이다.
다만,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CXMT의 기술 개발 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저가형 D램 생산을 빠르게 철수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의 D램 기술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HBM도 저사양 제품이지만, 일부 양산 중이고 다음 세대 개발도 진행 중”이라며, “HBM3, HBM3E, HBM4(6세대)까지 이른 시일 안에 따라올 것으로 생각된다.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HBM은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군사용으로도 다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선 반드시 따라잡아야 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굉장히 긴장해야 한다”며, “이젠 범용 메모리에서 이윤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 국내 기업들은 HBM 기술에서 경쟁력을 더 높여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조항을 반도체특별법에 포함해, 규제 차원에서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CXMT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이른바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넘어 ‘007(24시간, 주 7일)’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반도체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노동법 근무 규제로 기술 성장이 지연되고 있단 지적이다.
최재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25배 많고 교수도 25배 많고 학생도 25배 많은데 일하는 시간도 훨씬 길다. 우리가 한번에 하나 만드는 걸 중국에선 50개를 만드는 것과 같다”며, “경쟁에서 이기려면 고부가 제품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사람, 시간 모두 한계가 있다. 워라밸만 강조하고, 다 같이 일하지 말자고 한다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