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최근 한 달 동안 43% 넘게 상승
높은 HBM 경쟁력에 향후 실적 증대 기대감↑
지지부진한 삼성전자와 시총 격차 좁힐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3000피’(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를 이끄는 대장주로 부상하고 있다. AI 반도체에서의 경쟁력이 투심으로 연결되면서 신고가와 함께 목표가 상향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더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을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날 대비 2.69% 상승한 28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이래 최고치다. 이날 장중에는 29만1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SK하이닉스 주가 상승률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43%를 넘어서게 됐는데, 사실상 시장 주도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의 질주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AI칩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부문에서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확보한 가운데, AI 산업 성장에 따른 HBM 수요 증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HBM의 올해 시장 규모는 55조원으로 추산되는데,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7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강세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데,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36만원으로 제시했다. HBM 부분에서의 독주가 실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이 근거였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약 4배 많은 90조7000억원이다.
국내 증권사에선 다올투자증권이 HBM 경쟁력을 들어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 중에서 가장 높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각각 36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전날 종가가 27만8500원인 것을 고려하면 22% 넘게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넘어 대장주 지위를 굳힐 수 있을지에도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상승장 중심에는 늘 삼성전자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코스피 3000 돌파 과정에서는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가 19% 넘게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10%에 머물렀다.
이는 수급에서도 나타나는데, 외국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에 더욱 강한 매수세를 보인다. 최근 한 달 기준 외국인의 SK하이닉스 순매수 규모는 1조8315억원으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5829억원을 크게 앞선다. 올해를 기준으로 해도 외국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2조171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삼성전자는 3조50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와의 시가총액 격차도 크게 좁혔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8조원 수준인데 이는 삼성전자의 360조원 대비 150조원 뒤처지는 수치다. 지난해 7월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격차는 352조원이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삼성전자 주가가 정체될 경우 시총 1위 경쟁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AI 산업을 둘러싼 경쟁은 시장이 초기 단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곧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헤게모니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장 기대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보이게 되면 그 하락 폭은 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