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DDI 의존도 줄이고 패키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내후년 연매출 1조원, 글로벌 OSAT업계 탑10 진입 목표

LB세미콘 평택 본사 전경 / 사진=LB세미콘
LB세미콘 평택 본사 전경 / 사진=LB세미콘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LB세미콘이 종합 반도체 OSAT(후공정) 기업 도약을 노린다. 반도체 범핑(Bumping)과 테스트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에서 전반적인 첨단 패키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확대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빅테크 공략을 가속화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높여 90%에 이르렀던 국내 매출 의존도를 대폭 줄이겠단 계획이다.

지난 17일 LB세미콘의 주요 반도체 패키징 전용 설비가 대폭 구축된 평택 본사를 찾아갔다.

◇LB루셈 합병으로 패키지 ‘턴키’ 서비스 역량 확보

LB세미콘의 평택 사업장은 P1, P2, P3 총 세 곳의 부지로 구성돼 있다. P1, P2에선 범프를 형성하는 범핑과 개별 칩에 대한 프로브 테스트, 그리고 DPS(다이 프로세스 서비스) 설비를 운영 중이다. DPS는 테스트가 완료된 제품을 웨이퍼 형태에서 다이(die) 형태로 나누고 포장하는 공정이다. 웨이퍼 후면을 얇게 가는 백그라인딩,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나누는 다이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LB세미콘이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는 Au 범프와 솔더 범프, WLP(웨이퍼레벨패키징), FO(팬아웃) WLP, RDL(재배선) 등이 있으며, 모두 8인치(200mm), 12인치(300mm) 웨이퍼에서 대응 가능하다.

사진=LB세미콘
사진=LB세미콘

P3는 LB세미콘이 흡수합병한 LB루셈이 지난해 일진디스플레이로부터 530억원에 인수한 부지다. P1·P2 건물 길 건너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캐파(생산능력)가 이 두 공장을 합친 규모의 3배에 달한다.

다만, P3는 시장 수요 악화로 현재 설계 투자를 임시 중단한 상태다. LB세미콘은 P3 라인을 카파 필러 범프를 중심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카파 필러 범프는 범프 아래 구리 기둥(Cu Pillar)을 세워 칩과 기판 사이의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구조로, 반도체 집적도를 향상하는 범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LB세미콘 관계자는 “신규로 생길 수 있는 패키지나 테스트를 진행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므로, P3를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인데, 시장이 하강 국면에 진입하면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선행 투자를 하게 됐다”며, “지금 상황이 어려워도 나중엔 그때 잘 준비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B세미콘의 후공정 사업은 고객사로부터 웨이퍼를 받아 고객사 요청에 맞게끔 범핑, 프로브 테스트, DPS를 제공하는 구조를 지닌다. 앞서 반도체 패키징 계열사인 LB루셈을 흡수합병한 이후부턴 구미 공장에서 COF(Chip on Film) 패키지와 파이널 테스트까지 직접 진행해 고객에게 턴키(Turn-key)로 제공할 수 있는 형태가 됐다.

◇논-DDI 사업 확대···내후년 해외 매출 비중 40%까지↑

LB세미콘의 주력 사업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으로, 현재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회사의 12인치 웨이퍼 기준 전체 DDI 캐파는 월간 생산량 2만 4000장에 달하며, 그 외 논(non)-DDI는 4500장 수준이다. 8인치에서도 DDI는 9만 5000장, 논-DDI는 1만 8000장 정도다.

사진=LB세미콘
사진=LB세미콘

테스트 장비 또한 DDI 전용 장비는 220대에 달하는 반면, 논-DDI 장비는 50대가량, 그 뒤로 CIS 테스트 장비 48대, SoC 테스트 장비는 32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LB세미콘은 논-DDI로 사업을 넓히는 방향으로 수익 구조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내년과 내후년까지 현재 70%에 달하는 DDI 매출 비중을 60%까지 낮추겠단 목표다.

LB세미콘 관계자는 “DDI는 우리 회사의 캐시카우 사업으로, 라인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 분야를 확대해 전체 매출 성장을 이룸으로써 상대적으로 DDI 비중을 줄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DDI 사업에 이점을 못 느끼고 전사적으로 축소하는 추세지만, 우리는 DDI 패키징 기술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었기에 앞으로도 기존에 하던 건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DDI 사업으로 LX세미콘, 삼성전자 등 국내 의존도가 높았던 수익 구조 또한 앞으론 해외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단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신사업 중 하나인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회사는 턴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단 강점을 전면에 내세워 해외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우리 전력반도체 사업은 작년 대비 100% 성장을 예상한다. 영업이익도 이쪽에서 가장 많이 날 것”이라며, “아직 캐파가 많지는 않지만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LB세미콘
사진=LB세미콘

그러면서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는 턴키 서비스가 가능하다 보니 고객사들에 많은 어필이 되고 있다”며, “또, 주요 고객사들이 기존에 중국에서 했던 부분들을 일부 철수해 국내로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가 수혜를 얻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B세미콘은 현재 10% 수준에 머무는 해외 매출 비중을 내후년엔 40%까지 확대한단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업계 탑10을 목표로 내세웠다.

LB세미콘 관계자는 “국내에선 삼성전자나 팹리스들이 잘 돼야만 우리가 잘 할 수 있다 보니 매출에 제약적인 영역이 있다”며, “이런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3년 전부터 해외쪽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고 작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열심히 씨앗을 뿌리고 있고, 올해말, 내년부터 싹이 나면 그만큼 꽃이 펴서 열매가 나는 시점은 내후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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