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저비용 AI 모델 등장에도 유연한 HBM 생산체계로 시장 대응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물량이 이미 전량 판매됐으며, 내년 물량도 올 상반기 안에 주요 거래선과 협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딥시크 등 저비용 AI 모델 확산에도 구제품과 신제품을 병행해서 생산할 수 있는 HBM 생산체계를 운영해 수요에 유동성 있게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7일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7기 주주총회에서 “HBM은 상품의 성격이 강한 전통적인 메모리에서 벗어난 시장으로, 고객 주문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공급하는 구조여서 고객 수요에 맞춰서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하고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라며 “올해 HBM 물량 공급 계약은 모두 확정됐고, 내년도 물량에 대해서도 고객사와 긴밀하게 얘기 중이어서 상반기 중엔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은 투자 비용도 많고 최종 공급까지 소요 기간이 오래 걸려서 어느 정도 가시적으로 보면서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경쟁사가 늘어난다고 크게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는 없겠지만, 이런 점도 잘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고, 무엇보다 근간이 되는 건 기술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지금과 같은 리더십을 잘 가지고 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객과 밀접한 소통을 통해서도 기술이 같이 상승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장에서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66조 193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23조 467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고부가 D램 제품인 HBM 시장에서 주요 거래선인 엔비디아의 독점 공급망 지위를 유지하며 여전히 시장을 주도했단 평가다.
올해 HBM4(6세대) 등 차세대 제품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이달 19일 주요 거래선에 HBM4 12단 시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으며, 이후 품질 인증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중국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의 등장으로 향후 HBM4가 탑재되는 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둔화될 수도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오히려 딥시크 같은 AI 모델 등장으로 신규 스타트업 신규 진입이 빨라지고, AI의 양질이 올라가면 GPU, 주문형 반도체(ASIC) 기반 AI 칩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솔루션의 AI 칩 생산이 활성화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고사양 HBM 수요 또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HBM3E와 HBM4의 생산 균령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유연한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HBM3E 8단, 12단과 HBM4는 같은 D램 플랫폼을 사용하므로 언제든지 수요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특별한 어려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비해 기존 계획대로 공장 증설을 추진한다. 이달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설 첫 번째 공장 건설에 돌입했으며, 2027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작년부턴 청주 M15X 공장을 짓고 있으며,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올해만 20조원 초반대 규모의 설비투자(캐팩스)를 집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곽 사장은 “우리가 추진 중인 캐팩스는 HBM이나 AI 관련 제품들로 구성돼 있으며, 고객 수요를 점검하고 소통하면서 여기에 맞게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캐팩스 디서플린(Capex Discipline)’이라고 해서 3개년 이동 매출의 30% 중반에서 투자하려는 하나의 기준이 있다. 이것과 고객 수요를 잘 고려해서 진행하는 투자 원칙을 가져가고 있다. 시장이 시시각각 변화함에 따라 여기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려고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