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 제품 가격, 中 이구환신 등 효과로 보합세
트럼프 “별도관세 곧 부과”···반도체 수요 하락 우려

삼성전자의 DDR5 D램.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DDR5 D램.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메모리 D램 현물 가격이 상승세를 굳히며 업황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다.

D램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전자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D램 가격은 최종 제품의 가격을 좌우하는 점에서 디지털 시장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6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 ‘DDR4 8기가비트(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1.951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최저치였던 지난달 3일 1.722달러에 비해 13.3% 인상됐다. D램 현물 가격은 반도체 제조사와 대리점간 거래액을 의미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통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제조사들이 반도체를 고객사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거래한다. D램 현물 가격은 통상 4∼6개월 후 대리점, 고객사간 거래 가격(고정 거래 가격)에 반영된다.

D램 현물 가격 인상세는 최근 반도체 주요 시장인 미국, 중국의 정책 기조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반도체에 상호 관세 부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반도체 물동량이 단기간 증가했단 분석이다. 중국에선 소비 진작책 이구환신의 효과로 스마트폰용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는 등 반도체 수요가 늘어났다.

두 거대 시장의 이 같은 수요 변화는 작년 후반부 예측됨에 따라 D램 고정 거래 가격에 반영됐다.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8Gb의 고정 거래 가격은 작년 11월 1.35달러 이후 작은 변동폭을 유지하다 지난달 같은 가격으로 집계됐다. 앞서 작년 7월 2달러를 넘었다가 공급량 확대, 전자제품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이후 두 국가의 정책 기조와 제조사 공급량 조절 등이 맞물려 가격 하락 압력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단 분석이다. 지난 1분기 기업별 매출액은 삼성전자 77조2208억원, SK하이닉스 17조244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4%, 38.7%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지는 점은 D램 가격 인상에 힘 싣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수입되는 반도체에 별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국내 반도체 업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곧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반도체의 미국 수출 비중은 작년 기준 8%로 중국(33%), 홍콩(18%), 대만(15%), 베트남(13%)에 이어 5위 수준이다. 한국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주요 생산지인 중국,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중간재인 반도체를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동남아에서 생산된 전자제품에 두자리수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한국산 반도체 공급에 타격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미국 관세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요 위축, 가격 인하 압력에 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D램 가격의 반등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단 관측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인공지능(AI)용 메모리와 범용 메모리 간 양극화된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전방 응용처별 수입자의 관세 전가력이 상이할 것”이라며 “AI 제품 경쟁력에 따른 업체 간 실적 차별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관세 부담이 가중되면 실적 차별화 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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