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W 낸드 상표 출원···“온디바이스 AI향으로 개발”
전력 소모 줄인 동시에 대역폭 확장해 성능 고도화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SK하이닉스가 저전력·고대역폭을 구현하는 신규 메모리 반도체 LPW(Low Power Wide I/O) 낸드플래시 개발에 착수했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제품으로 기존 낸드플래시 대비 데이터 입출력(I/O) 수를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성능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특허청에 ‘LPW 낸드’ 상표를 출원했다. LPW 낸드플래시는 I/O 수를 증가시켜 처리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개별 통로의 속도를 낮춰 저전력을 구현한 기술이다. 이를 통해 AI추론 등 고성능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새로운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단 전략이다.
LPW 낸드플래시는 최근 미국 메모리 제조사 샌디스크가 발표한 ‘고대역폭플래시(HBF)’와 유사한 구조로 추정된다. 샌디스크는 웨스턴디지털에 인수합병됐다가 지난달 다시 분사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저장장치 제조 전문 기업이다. 최근 낸드플래시 기반의 적층형 고대역폭메모리인 HBF 기술을 발표했다.
HBM이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을 확장한 구조라면, HBF는 D램 대신 3D 낸드플래시를 쌓아 올려 I/O 수를 대폭 늘린 제품이다. 샌디스크 HBF 1세대는 16단으로 적층해 512GB 수준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HBM과 유사한 대역폭을 유지하면서도 용량은 8~16배가량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추론 영역에서 빠른 처리를 위해 대역폭을 올려서 만든 D램 메모리가 HBM인데 SK하이닉스가 그 비슷한 접근법을 플래시 메모리에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샌디스크에서 최근 HBF라는 것을 공개해 HBM을 대체하겠다고 나섰는데, 그것도 결국은 와이드 I/O로 하겠다는 것이다. LPW 낸드도 이와 유사한 제품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모바일용 스토리지(저장장치) 분야 낸드플래시는 그간 임베디드 멀티미디어 컨트롤러(eMMC)가 주류를 이루다가 최근 유니버셜 플래시 스토리지(UFS) 등으로 고용량 전환이 빠르게 진행중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폰 제품인 갤럭시S25에 UFS 4.0 내장 메모리가 탑재됐다.
UFS 4.0은 512GB 트리플레벨셀(TLC) 8세대 V낸드(V8)를 기반으로 한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을 몇 비트(Bit)로 저장하는지에 따라 싱글레벨셀(SLC), 멀티레벨셀(MLC), TLC, 쿼드레벨셀(QLC) 등으로 나뉘는데, 데이터를 많이 저장하는 구조일수록 고용량 제품 구현이 쉬워지지만, 복잡성이 높아져 성능은 떨어진단 단점이 있다.
LPW 낸드플래시는 성능에 더 초점을 맞춘 만큼SLC쪽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LPW 낸드가) AI쪽을 겨냥한 제품이라면, TLC나 QLC가 아닌 SLC로 갈 수도 있다”며, “성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LPW D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복수의 D램을 쌓아 만든 HBM과 같이, 모바일에 특화된 저전력 D램 LPDDR을 여러 개 적층해서 연결한 제품이다. 모바일 전용 HBM이라고도 불린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는 지난달 미국에서 개최한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5’ 기조연설에서 “LPW D램이 최신 모바일용 D램 LPDDR5X 대비 166% 입출력 속도 향상을 목표로 한다”며 “2028년 LPW D램을 적용한 첫 모바일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상표 출원은 회사가 통상적으로 개발 초기에 미리 하는 활동이며, 이번 LPW 낸드의 상표 출원도 그러한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LPW 낸드플래시는 입출력 통로를 늘리고 개별 통로 속도를 낮춰서 전력 소모를 줄인 제품으로, 온디바이스 AI향으로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