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메모리 투자 확대
신규 공장 50곳 가동 전망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전세계 반도체 공장(팹) 장비 투자가 올해 소폭 증가한 데 이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2나노 선단공정 양산이 본격화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체 장비 지출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글로벌 전자산업공급망 산업협회인 SEMI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팹 장비 투자액은 1100억달러(약 161조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이보다 18% 증가한 1300억달러(약 190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향 반도체 수요 증가와 온디바이스 AI 기술도 확산이 장비 시장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짓 마노차 SEMI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팹 장비 투자는 6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6년 AI 관련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18%라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2025년과 2026년 동안 약 50개 신규 팹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인력 확보도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로직 반도체 부문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팹 장비 투자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520억달러(약 76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내년은 이보다 14% 더 늘어난 590억달러(약 86조6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에상된다.
파운드리 업계에서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적용한 2나노 공정이 본격 도입되면서 관련 투자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BSPDN은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 후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간섭을 줄이고 전압강하 현상을 최소화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TSMC는 내년 하반기 1.6나노 공정에 BSPDN을 적용할 계획이며 삼성전자도 2나노(SF2Z) 공정에 해당 기술을 처음 도입해 2027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단 공정이란 건 굉장히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수율을 빨리 올려 최단기간에 수익성을 올리는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공정 전환으론 안 되고, 패키지를 포함한 새로운 아키텍처의 변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선택적으로 경쟁력 있는 요소 기술을 빨리 확보해 나간다면 메모리와 첨단 로직, 패키징에서 그간 잘 보여주지 못했던 총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메모리 반도체 장비 투자도 향후 2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투자액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320억달러(약 47조원)로 예상되며, 내년엔 27%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D램 장비 투자는 올해 6% 감소한 210억달러(약 30조8000억원)에 머물겠지만, 내년엔 19% 반등해 250억달러(약 36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장비 투자는 올해 54% 급증한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기록한 뒤, 내년에도 47% 증가한 150억달러(약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회사 정기 주총에서 “쿼드레벨셀(QLC) 기반 고용량 eSSD 제품군을 확대헤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고대역폭과 초고용량을 지원하는 엔터프라이즈 SSD와 같은 AI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제품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낸드 사업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