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북’ 전략으로 美 관세 대응
인도 시장 공략 확대도 가속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LG전자가 미국 현지에서 주요 가전제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 지정학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여의도에서 열린 제23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관세 대응을 위해 플레이북(Playbook)이라는 걸 만들어서 준비하고 있다”며 “관세가 멕시코 등에 부과되기 시작하면 멕시코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겨 나가고, 다른 지역들도 미국의 무역적자 대상국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우린 마지막 방안으로 미국 테네시에 세탁기 공장에서 냉장고, 오븐 등도 다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건물을 올리는 등 부지확보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으며, 관세 발효가 되면 지체 없이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상태”라며 “지금은 관세 대상이 돼 있지 않은 한국이나 태국,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있으며, 이 세 지역도 대미 흑자국이기 때문에 또 다시 문제가 생긴다면, 최종적으로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고려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동시에 LG전자는 인도 시장 공략도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인도법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4.8%, 43.4% 상승한 3조 7910억원, 3318억원으로, 올해는 더 높은 성장률이 전망된다.
현재 인도 중심가인 노이다와 중서부 지역 푸네에서 운영 중인 생산공장 2곳 외에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세 번째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인도 증시 기업상장(IPO)도 검토중이다.
조 사장은 “인도는 경제 안정성과 성장성 관점에서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인도의 가전 보급률은 아주 낮은 상황으로, 2026년부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구매력 있는 중산층도 크게 늘어나서 성장의 변곡점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시장만 보더라도 2028년까지 연평균 13% 9% 21%씩 성장하면서 지금보단 1.5~2배 이상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 30년간 인도 전역에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16개 지역에 사무실을 갖고 있고, 2개의 생산 공장과 더불어 세 번째 공장도 신설 중이며, 777개의 해외 브랜드 사업을 포함해서 물류 인프라도 들어와 있다”며 “인도 내에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할 것 없이 모든 제품에서 시장점유율을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26일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앞뒀다. 양사는 ‘CES 2025’에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공동 개발과 냉난방공조기(HVAC) 사업 협업을 발표한 바 있다.
조 사장은 “나델라 CEO와는 사전에 여러번 만남을 가졌었고 AI 에이전트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 또 그것이 정확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함께 아키텍처를 개발하는 것과 사업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공동으로 시장 진출을 진행하는 방안까지 협업을 체결했다”며 ”어느 정도 구체적인 협업을 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한다는 것들, 마이크로소프트가 짓는 데이터센터에 우리 칠러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선 이미 확정됐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이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전자산업 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지난 37년간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누구보다도 많이 기여한 분”이라며 “참 아쉽게 생각하고 한 부회장과 삼성전자 임직원 여러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