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자회사 편입해 가정용 휴머노이드 개발
LG전자, 분야별 로봇 원천기술 확보 주력···홈봇 상용화 준비 가속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중국 저가공세에 밀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홈봇(Homebot)’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양사는 국내외 주요 로봇 원천기술 기업에 각각 지분을 투자해 인수를 확정했다. 미래 스마트홈 시장을 선점하겠단 중장기 프로젝트 차원이다.
2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 394만주를 2675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회사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고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의 초기 수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인 오준호 교수가 맡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한 로봇 전문기업으로, 이동형 양팔로봇으로 대표되는 협동로봇과 사족보행 로봇,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보유했다.
◇“2030년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본격화”···삼성전자, 개발 속도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제품군 사업화에 나서기 보다 이 회사 원천기술을 통해 휴머노이드 AI 로봇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집중하는 기술은 인간형 로봇 기술이다. 머리에 센서를 탑재하고 손과 다리를 이용해 정교한 동작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미래 스마트홈 환경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원천기술을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합병 대상으로 꼽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9월 정부 주도로 진행중인 ‘주력 제조업종의 자율제조를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 자율공정 운영 기술 개발’을 시작했으며, 앞서 그해 4월부터 ‘산업환경을 위한 능숙 조작 민첩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다. 양팔을 이용해 물체를 파지하고 자율적 조작이 가능한 기술이 핵심이다.
대부분 산업 현장에 투입될 제조용 로봇 기술에 집중됐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가정용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전망하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점은 2028~2030년 무렵이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정용으로 본격 보급기 시작해 이후 2040년 800만대, 2050년 63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및 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와 같은 첨단 미래 로봇 개발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내 유망 로봇 AI 플랫폼 업체에 대한 투자 협력을 통해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지속해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 “휴머노이드 가기 전 중간 단계 있을 것···기술 준비 박차”
LG전자는미국 상업용 자율주행 로봇 전문업체인 베어로보틱스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3월 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21%를 취득했으며, 최대 30% 지분을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올 상반기 내 콜옵션 행사가 완료되면 베어로보틱스 지분의 51%를 확보하게 돼 자회사로 편입된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설립된 회사다. 로봇 소프트웨어(SW) 플랫폼, 로봇 군집제어 기술, 클라우드 관제 솔루션 등 기술력을 보유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LG전자는 단기적으론 상업용 로봇 시장을 확대한다. 상업용 로봇 브랜드인 ‘클로이 로봇’과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 외에도 웨어러블 로봇업체 엔젤로보틱스, 로봇 부품 전문업체 로보티즈에 지분을 투자해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산업용 로봇회사인 로보스타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LG전자가 협력을 토대로 중장기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또는 그 전단계의 가사 로봇 개발까지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제조용 로봇과 상업용 로봇은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태”라며 “LG전자가 산업용, 상업용 로봇을 같이 개발하고, 브랜드를 지속해서 유지하는 목적은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중국산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기 위함이 크다. 결국엔 홈 로봇 등 서비스 영역에 내부 역량을 더 집중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공감지능’을 내세운 AI 기반 가전 기술을 확대하는 가운데 CES 2025에서 공개한 ‘Q9’을 올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Q9은 이동형 AI 홈 허브 역할의 가정용 로봇으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사용자의 가전 사용 패턴과 실내 환경 등을 고려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기능을 갖췄다. 카메라, 스피커 등 각종 홈 모니터링 센서가 탑재돼 있어 사용자의 목소리와 표정, 감정 등을 파악하며 디스플레이를 통해 공감 표현을 한다.
류재철 LG전자 HS본부장(사장)은 “홈로봇의 경우 궁극적으로 휴머노이드를 얘기하고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간 단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에도 관련 폼팩터들이 많이 나왔는데 꼭 이족보행 형태가 아니라도 휠(바퀴)을 기본으로 하는 모델들도 많이 나오고 있고 그런 중간 단계를 거친다면 빠른 시간 내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