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처방액은 30억대 초반 아빌리파이가 수위···쎄로겔과 자이프렉사, 리스페달이 추격
8월 출시 부광약품 라투다정, 12월 1억 돌파···품목 특성상 시장 진입에 시간과 자금 소요
작년 CNS 사업본부 신설 부광약품, 의원·종병 영업 박차···부광 “처방 정신과 병의원 700곳”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국내 조현병 치료제 시장 1위를 ‘아빌리파이’가 유지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출시된 ‘라투다정’이 매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시장 동향이 주목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뇌 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사고, 지각, 인지, 감정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난다. 증상은 환각, 망상, 환영, 환청, 사회적 위축, 주의력 결핍 등이다. 초기 발견, 꾸준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50만명 가량 환자가 추산되지만 이중 실제 병원을 찾아 치료 받는 경우는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국내 치료제 시장이 2400억원대로 추산되지만 조현병 환자 스스로 병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이나 해외 도입, 제네릭(복제약) 생산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내 조현병 치료제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시사저널e가 입수한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원외처방금액 1위는 한국오츠카제약 아빌리파이 품목이다.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처방액을 분석한 결과, 아빌리파이는 8월 한달간 33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알보젠코리아 ‘쎄로겔’ 7억원, 보령 ‘자이프렉사’ 5억원, 얀센 ‘리스페달’ 3억원이다.
출시 첫 달인 부광약품 라투다정은 566만원을 기록했다. 참고로 자이프렉사 매출은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전년대비 15%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조현병 치료제 시장에서 아빌리파이 독주는 지속됐던 사안”이라며 “2위 품목과 4배 이상 차이 나는 처방액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조현병 치료제 처방액 수치는 해당 품목 매출 일부로 분석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어 해당 약제는 원외처방이 아닌 원내조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조현병 치료제 시장 동향은 같은 해 12월에도 대부분 유지됐다. 아빌리파이 처방액은 33억원으로 동일했고 2일부터 4위 품목도 변동 없었다. 단, 8월 출시된 라투다정 처방액의 1억원 돌파가 눈에 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원외처방 비중이 적긴 하지만 8월 566만원이 성장, 1억원을 넘은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라투다정 성장에 대해 엇갈리는 전망과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조현병 치료제를 포함한 CNS(중추신경계) 약물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 처방 경향이 쉽게 변경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즉 신규 약제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CNS 사업에 매력을 느끼는 중형 이하 제약사들도 시장 진입에 적지 않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해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일단 CNS 시장에 진입한 후 의사들 신뢰를 얻게 되면 처방 유지에 유리한 국면을 맞는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고려제약도 CNS 약물 비중이 높아 급격한 매출 하락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부광약품의 경우 2024년 5월 대표이사 직속 CNS 사업본부를 신설, 영업부 두 개 팀이 전국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해왔다. 이에 라투다정은 30병상 미만 의원에서 오리지널 조현병 치료제 10개 품목 중 자이프렉사에 이어 5위를 점유했다.
이어 올 상반기 내 아빌리파이에 이어 2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회사측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종합병원에도 라투다정이 본격 랜딩하고 있다. 이미 20여곳 종병 약사위원회(DC)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의약품은 DC를 통과해야 종병 처방이 가능하다. 부광약품 관계자 E씨는 “종병 90곳 이상이 라투다정 처방을 희망하고 있으며 500곳 이상 의원급 의료기관이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라투다를 처방하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은 700여곳”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선 국내 조현병 치료제 시장을 아빌리파이가 주도하며 라투다정은 영업 초반기로 분석된다. 이같은 시장 동향이 향후 어떻게 변경될지 업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