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상륙 후 정신건강과 진료 증가···조현병藥 연간 2400억원대 규모 성장, 정신질환藥 시장에서 상위권 점유
부광·환인, 신제품 출시로 시장 공략 준비···보령·삼일, 도입 품목으로 매출 확대 추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최근 수년간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었다. 정신질환 치료제 중 상위권을 점유하는 조현병 치료제 시장도 2400억원대로 성장해 국내 제약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가 상륙한 후 3년여 시간이 경과됐지만 코로나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6먼명에서 8만명 사이를 오가는 상황이다. 이같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우울감 증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일명 ‘코로나블루’ 환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지인을 만나는 횟수가 줄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는 등 일상에 큰 변화로 우울감이 생기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며 “우울감 외에도 무기력증 등 여러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건수는 지난 2019년 1121만 139건에 이어 △2020년 1241만 9856건 △2021년 1423만 8297건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인원도 2018년 120만여명에 이어 2019년 134만여명, 2020년 148만여명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늘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환자 증가 추세에서 주목 받는 정신질환 중 하나가 조현병이다. 과거 정신분열증에서 명칭이 변경된 이 질환은 사고 장애나 감정, 의지, 충동 등 이상으로 인한 인격 분열 증상을 보인다. 우울증과 불안, 양극성장애, 불면증과 함께 주요 정신질환으로 꼽힌다.
조현병은 정신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도 상위권을 점유한다. 의료데이터 업체 ‘아이큐비아’의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년간 CNS(중추신경계) 품목 매출실적을 보면 항전간제와 항우울제, 치매치료제에 이어 조현병 치료제가 4위를 차지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빅2인 환인제약과 명인제약은 물론, CNS 시장에 관심을 갖고 진입한 대부분 제약사가 조현병 치료제는 기본적으로 한 두 품목을 보유할 정도로 주요 품목군”이라고 말했다.
조현병 치료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238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연간 국내 시장규모가 2400억원에 달한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한국오츠카제약 ‘아빌리파이’ 제품군이 500억원으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얀센 ‘인베가’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국내 시장을 분석하면 오리지널 품목이 선호되고 신규 약물이 시장에서 안착한 사례가 적은 편이다. 실제 시장 1위 아빌리파이는 지난 2002년 허가 받은 품목이다. 2위 인베가는 2010년 첫 허가를 받았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한번 처방한 품목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조현병 치료제도 유사한 흐름이 파악된다”고 전했다.
시장 3위 이하 품목을 공급하는 부광약품과 환인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은 내년 이후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반면 보령제약과 삼일제약은 도입 품목을 내세워 수성에 주력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현병 치료 신약 ‘루라시돈’ 품목허가를 신청, 내년 초 허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루라시돈은 도파민 D2, 세로토닌 5-HT2A 및 5-HT7 수용체를 차단하는 길항제다. 세로토닌 5-HT1A 수용체에도 부분적으로 작용한다. 부광약품이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루라시돈은 기존 조현병 치료제 ‘쿠에티아핀’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한 바 있다. 회사 예상대로 내년 상반기 루라시돈 허가를 획득하게 되면 급여와 약가 작업을 거쳐 하반기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부광약품은 루라시돈 매출 목표를 최대 3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인제약도 조현병 치료제 ‘카리프라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도입을 위한 가교시험이다. 지난해 11월 첫 환자가 등록된 후 전국 30개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애브비’와 헝가리 제약사 ‘게데온 리히터’가 공동 개발한 카리프라진은 뇌 속 D2 및 D3 수용체의 부분 작용체다. 도파민이 과하게 자극되는 것을 막는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카리프라진 성분 ‘브레일라’에 대해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우울장애 환자 보조요법제로 품목허가를 내줘 우울증 적응증이 추가됐다. 만약 임상시험에 이어 카리프라진이 국내에서 허가를 받게 되면 조현병 외에도 우울증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보령과 삼일제약은 기존 도입한 조현병 치료제 매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령의 경우 지난해 10월 릴리로부터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국내 판권과 허가권 일체를 인수하며 본격 영업에 나섰다. 당시 보령은 인수에 320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자이프렉사 매출은 14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삼일제약도 지난해 12월 비아트리스코리아와 정신건강의학과 3개 품목의 국내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 유통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조현병 치료제 ‘젤독스’가 포함돼 있다. 두 제약사는 조현병 치료제를 필두로 CNS 매출 확대를 추진하는 대표적 업체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품목 처방에 익숙한 의사들을 상대로 제약사들이 조현병 치료제 신제품 영업을 어떻게 진행할지가 최대 관심사”라며 “내년 이후 시장 판도가 특히 주목된다”고 말했다.